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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병선 Aug 07. 2019

유니클로 사태

논어 - 실질적인 성공으로


2019년 7월의 어느 날 유니클로 임원의 한 발언이 문제가 되었다. “그 (불매) 영향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대목이다. 사실 지금까지 보여왔던 한국인들의 냄비 근성을 상기해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나도 한국에 살고 보니, 그 냄비근성 같은 쉽게 흥분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쉽게 가라앉는 성격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왠지 이러한 한국인들의 특성을 일본에서 선수 친 느낌이 든다. 일본과의 대결구도로 접어드는 국면에서 나온 저 발언이 일부 언론에서는 불매운동을 확산시켰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확산이 되려는 찰나에 그 불길이 한 곳에만 집중되어버린 꼴이 되었다.     


경제 대결로 가면 결국 돈 문제이기 때문에, 일본 관련 제품에 돈을 쓰기가 꺼려지는 상황이 오게 된다. 그렇게 전반적으로 일본 제품을 발굴하고 드러내어, 전체에 대한 불매로 자연스레 확산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임원 한마디 말에 유니클로 옷가게 하나에만 전 국민이 화력을 집중시키고 있게 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이건 화력 낭비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화력낭비를 유도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전국민적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일어나자, 유니클로는 다음 스텝을 취한다. 그다음 스텝은 종로 3가점 폐쇄다. 마치 승리의 기쁨을 안겨주려는 것처럼.

일본 여러 브랜드 옷가게 중에 한 지점이 폐쇄됐을 뿐. 실질적 의미는 매우 작다. 이 기세를 몰아 몇 달에 걸쳐 유니클로 지점을 하나둘 더 문 닫게 해서, 결국 한국 유니클로가 백기 투항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놓게 되면, 우리는 아마 매우 기뻐 잔치를 벌일 것이다. 그저 옷가게 중에 하나가 철수했을 뿐인데 말이다.     


이건 아마도 일본이 설계한 시나리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대결 국면에서 불매운동을 피해 갈 순 없으니, 꼬리 하나 정도 스스로 내줌으로써 우리들이 찢어먹고 구워 먹고 삶아먹어 실컷 즐기도록 해주려는 계획 말이다.        

요즘 들어 불매운동의 화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기사를 통해 본다. 그런데 그 강한 힘이 작은 한 곳에 꽂혀 있으니, 오히려 그 주체할 수 없는 화력이 같은 팀을 향한 ’팀킬‘이 되어버렸다. 너무 강한 화력이 좁은 한 곳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가 유니클로에 들어가나’를 유심히 살펴보며 같은 팀을 손가락질을 하는 류가 그것이다. 당연히 유니클로 옷을 좋아하는 마니아층도 있는 것인데, 그런 층들에게까지 압력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니아층에게 유니클로는 하나의 생활로 이미 자리 잡았기 때문에, 그들이 불매에 가담하기까지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일본이 계속 경제보복을 이어가 부득이 나라VS나라의 경제적 대결로 갈 거라면 이제는 스케일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왕 5천만의 힘을 모을 거라면 대기업 정도가 적당할 거란 생각이 든다.     


저런 옷가게 유니클로가 한국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보면 그 뒤에는 롯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대문 안에 있는 유니클로를 검색해보면 반 가까이 롯데 관련 계열사 건물에 입점해 있는 걸 볼 수 있다.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쇼핑건물 등등...          


롯데는 한국 생활에 아주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일본 기업이다. 편의점만 가봐도 롯데의 저력을 알 수 있다. 늘 내가 좋아하는 농심 백산수 생수는 없어도 어느 편의점이든 롯데 아이시스 생수는 있었다. 그만큼 롯데는 유통 쪽을 쥐고 있는 거대 공룡이다.     


일본의 여타 브랜드들은 이 롯데의 거점 계열사와 유통의 저력을 통해서 손쉽게 널리 한국에 광고되고 확산되는 것이다. 유니클로는 그런 여타 브랜드들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유니클로 지점 몇 개 없어지는 걸로 이 열기를 낭비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렇기에 차라리 만만한 작은 브랜드 하나 이기고 좋아하기보다는,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대형 브랜드에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 불매운동이 작은 승리에 꺼지지 않고,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가길 바란다.     


정부에서 산업의 기본 핵심 골격인 제조업을 일으키려는 목표를 잡았듯이, 전국민적 불매 화력으로 이미 점령당한 유통업 쪽을 되찾아오는 것이 가장 큰 실익이 될 것이다. 이 유통라인의 붕괴를 통해, 더 이상 일본 기업들이 국내 중소기업을 제치고 손쉽게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고속도로가 없어지길 내심 바래본다.     


공자의 말처럼 ‘일을 맡았으면 신중히 살펴, 도모하기를 잘하여 실질적인 성공을 거두는 것 (臨事而懼,好謀而成者也)'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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