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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균 Nov 10. 2023

인생에 보탬은 안되지만 시즌4 예고


제가 클럽장으로 있는 #트레바리 클럽 [인생에 보탬은 안되지만] 시즌4 찜하기가 열렸습니다. 동시에 이번 시즌 책들 목록도 나왔네요.


이번 휴식기는 푸코의 <말과 사물>에 몽땅 털어 넣은 셈이어서 독서 갈증이 충분히 풀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다음 시즌도 열심히 가 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주인공 책은 세 번째 책인 <코스모스>가 될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모임, <이토록 기묘한 양자>, 존 그리빈


달이 거기에 있는 건 우리가 바라보기 때문일까요? 


조금 터무니 없어 보이는 이 질문은, 아인슈타인이 닐스 보어에게 한 질문이에요. 닐스 보어가 그를 따르는 일단의 과학자들은, 모든 입자는 확률로만 존재하고, 그 확률은 파동함수를 통해 매우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지만, 그 입자의 실제 위치는 관측 후에만 확정 가능하다고 주장해요. 이것을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하죠.


그래요, 닐스 보어와 코펜하겐 해석이 옳다면 달은 우리가 바라보기 때문에 거기에 있는 거예요. 어때요, 이 주장이 그럴 듯 한가요? 마음에 드셨나요?


코펜하겐 해석은 우리의 시대에도 표준해석으로 인정 받고 있는 정상과학이지만, 어쩐지 아인슈타인처럼 코펜하겐 해석에 딴지를 한 번 걸어보고 싶어졌다면 이 책을 함께 읽어봅시다. '달이 원래 거기에 있었다'고 말하는, 다른 해석은 없을까요? 


코펜하겐 해석을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해석들을 함께 알아보고, 마음에 드는 해석을 지지하는 걸로 첫 모임을 시작해 봅시다.






두 번째 모임, <내 삶에 예술을 들일 때, 니체>, 박찬국


저는 니체가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이렇게 이해하고 있어요. "인생에 보탬이 안되도록 살아라." 니체는 너를 규정하려는 모든 시도를 무력화하고, 너 스스로가 네 삶의 형식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죠.


사실 우리 클럽이 읽는 과학이나 철학은 인생에 별 보탬이 되지 않아요. 과학이 승진에 도움이 되지 않듯, 철학 때문에 내 연봉이 오르진 않죠.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책을 읽을까요? 인생에 보탬이 되는 일만 하다 떠나기엔 세상엔 궁금한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예술도 마찬가지예요. 인생에 보탬이 안되지만 우리는 우리 삶에 예술을 들이고 싶어하죠.


이 책은 청년 시절의 니체가 쓴 『비극의 탄생』을 서울대 박찬국 교수님이 쉽게 풀어 써주신 책이에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칸트의 『판단력 비판』과 함께 세계 3대 예술철학서로 꼽히는 『비극의 탄생』을 함께 읽어 볼까요? 


내 삶에 예술을 들이고, 인생에 보탬이 되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즐거운지 느껴봅시다.






세 번째 모임, <코스모스>, 칼 세이건


맑은 날에 캠핑장에 가면, 맨 눈으로도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볼 수 있어요. 평소에 보이지 않던 3등성, 4등성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누구나 쉽게 신비감에 빠지죠. 대체 우주는 얼마나 넓은 걸까?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구가 저들 중 고작 하나에 불과하다면, 우리는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 우주를 느낄 때 우리는 겸손해지고, 소유의 양식을 버리고 존재의 양식으로 우리 스스로를 대할 수 있게 되죠.


우주에 대해 쓴 책은 많지만, 이 책은 정말 특별한 책이에요. 저는 이미 이 책을 두 번 읽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으려고 해요. 10대 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과학책으로 읽었고, 30대 때 읽었을 때는 철학책으로 읽었어요. 이번엔 어떤 내용이 읽힐까요? 아마 이 책은 '언젠가 한 번은 읽겠다'고 다들 마음은 먹으셨을 거예요. 그리고 그 언젠가가 바로 지금인 것지요.


7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이지만, 걱정할 것 없어요. 이 책은 과학책인데, 대개는 소설에 주어지는 휴고상(SF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에요. 칼 세이건의 아름다운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정신 없이 책에 빠질 수 있을거예요.






네 번째 모임, <미셸 푸코, 말과 사물>, 이규현


미셸 푸코라는 철학자를 아시나요? 푸코는 1950-1980년대에 활동한 프랑스 철학자인데, 철학은 물론 문학, 사회학, 정치철학 등 현대 인문학 전반에 정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에요. 사망한지 수십년이 지난 현재에도 프랑스 내에서는 압도적인 논문 인용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철학자죠.


'광인을 이해하려면 시인의 감성을 가져야 한다', '세상에 감옥이 있는 것은 세상이 감옥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다', 이러한 도발적인 인용구들을 가진 푸코는 정말 놀라운 철학자예요. 푸코는 광인과 시인을 비교하고, 감옥과 학교를 비교하고, 지식과 권력을 비교해요. 그에 의하면 이들은 모두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시인은 광인의 일종이고, 학교의 목적은 감옥과 같고, 지식의 본질은 다름 아닌 권력이죠. 


이런 놀라운 생각을 해내는 푸코의 책 중 가장 유명한 책을 읽어봅시다. 르 몽드에 의하면 이 책은 당시에 '모닝빵처럼 팔려나갔다'고 해요. 사실은 읽지 않아도, 책을 사서 카페 테이블에 올려두는 것이 유행일 정도였다고 하네요. 


어려울 것 같다구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벌써 네 시즌째 함께 하고 있는 클럽장과 파트너가 온갖 쉽고 재미있는 추가 자료를 제공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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