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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균 May 09. 2024

철학 카탈로그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 김필영



연휴 때 <5분 뚝딱 철학>으로 유명한 김필영 박사님의 철학 에세이집 <평범하게 비범한 철학 에세이>를 다 읽었다. 이 책은 추천을 하고 시작한다. 만약 철학이 궁금한데 내가 어떤 철학을 궁금해하는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이 책은 입문서가 아니다. 이 책은 카탈로그 같은 책이다.


입문서가 아니라 카탈로그라는 것은, 이 책은 철학의 질문들만을 모아 놓은 책이고, 답은 없는 책이라는 뜻이다. 이 책에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 칸트와 헤겔, 푸코와 라캉 등 2천년 서양 철학의 수퍼스타들이 몽땅 등장하지만 그들의 질문들만 있고, 그들의 답은 없다. 


예를 들어 카뮈는 삶은 부조리하니, 그 삶에 반항하라고 말한다. 박사님은 나름대로 자신의 경험이나 영화, 소설 등을 빗대어 카뮈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지만 그건 본인의 이야기일 뿐 카뮈의 철학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 입문서가 아니라 '에세이'다. 


다만 그래서 이 책은 철학이라는 거대한 숲으로 들어가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야에 대해 궁금함이 생겼을 때 가장 막막한 것은 내가 뭘 궁금해하는지 모른다는 거다. AI를 좀 알아보고 싶은데 그게 내가 ChatGPT가 궁금한건지, LLM이 궁금한건지, 머신러닝이나 경사하강법이 궁금한건지, Co-pilot이 궁금한건지, 단지 AI가 지금 당장 내가 작성중인 보고서를 도와줄 수 있는지 없는지 알고 싶은건지, 이렇게 막막한 것과 비슷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철학이 관심 갖는 분야들, 즉 철학이 질문하는 분야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게될 것이다. 솔깃한 이야기가 들렸다면, 그 에세이에 언급된 철학자를 읽기 시작하면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책은 내가 은퇴하고 나면 쓰고 싶어 나름대로 기획하고 있던 책과 매우 유사한 책이어서 아쉽기도 하다. 김필영 박사님이 먼저 써 버리셨으니 난 이제 뭘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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