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어쩌면 누군가의 위대한 정오에 대하여
어제, #트레바리 클럽 [인생에 보탬은 안되지만] 다섯 번째 시즌 첫 모임이 있었다. 이번 시즌 첫 주제 책은 세계적인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신작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었다.
카를로 로벨리는 지난 백년 동안, 그리고 현재에도 정상 과학의 왕좌에 앉는 코펜하겐 해석은 물론, 코펜하겐 해석에 거세게 도전해 왔던 드브로이-봄 해석, 다세계 해석 등을 비판하며, 실제로 현 세대의 물리학계가 차세대 정상과학의 강력한 후보 중 하나로 주목하고 있는 자신의 관계적 양자론(RQM)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입문서다. 카를로 로벨리에 의하면 우주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당신도, 페이스북도, 당신이 이 글을 읽기 위해 들고 있는 그 스마트폰도 말이다.
[보탬]은 늘 그렇지만 정말 재미있는 모임이다. 우리는 늘 그래왔듯 삶과 죽음의 중첩 상태에 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부터, 존재하기 위해서는 언젠가 내부에 관찰자를 잉태해야 하는 인류원리적 우주, 존재는 확률적이며 결과는 상대적인데, 차이는 양자적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하이젠베르크 방정식의 수학적 의미까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어제 처음 [보탬]에 참여한 멤버 중 한 분은 마지막에 눈물을 보였다. 멤버들이 모두 당황했을 때, 그 멤버는 "회사 일을 너무 빡빡하게 하고 왔는데, 이런 황당한 얘기를 하면서 다들 즐거워하는 것이 너무 이질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눈물이 났다"고 했다.
모두가 위로의 멘트를 건네는 순간, 클럽장인 나는 이렇게 얘기했다. "제가 감히 말씀드리면 바로 OO님은 방금 위대한 정오를 만나신 것이 아닌가 한다", 고. (위대한 정오에 대한 고의적 오독에 대한 글을 댓글에 링크한다)
그 분이 [보탬]에 적응하여 새로운 초인이 될지, 아니면 '고상해진 채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갈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새로운 멤버들이 등장한 만큼, [보탬]의 새 시즌도 바쁘게 돌아갈 것이다.
오늘의 일기는 끝.
어제 주제책,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https://brunch.co.kr/@iyooha/54
마지막 인간과 위대한 정오
https://brunch.co.kr/@iyooha/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