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만춘 May 24. 2022

나는 왜 책을 내고 싶은 걸까?

황보름 작가의 브런치 글을 읽다가 <밥벌이로써의 글쓰기>에서 존 로버트 레논이 한 말을 접했다. 

"출간하고 싶어 하지 않는 작가는 드물다."

"우리는 과시욕이 있기 때문에 출간한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출간한다. 우리에게 흥미를 일으키는 것을 알고 싶어서 출간한다. 특별해지고, 진실해지고, 용감해지고, 두려움을 느끼려고 출간한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나를 말리던 엄마의 말이 틀렸음을 입증하려고 출간한다. 다른 사람들이 출간하기 때문에 출간한다. 출간하는 사람에게 출판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출간한다. 작가 증정본을 받고, 직업을 얻고, 섹스를 하려고 출간한다. 뉴욕에 가는 명분을 찾으려고, 컨퍼런스에서 비판거리를 찾으려고, 비행기 안에서 자랑거리를 찾으려고 출간한다."



"왜 책을 내려는 거예요?"

라는 물음에 황보름 작가의 대답은

"글을 쓰려고요."

였다. 

'그래, 이 정도 되니까 <휴남동 서점> 소설을 써서 대박 칠 수 있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나는? 나는 왜 책을 내고 싶은 걸까? 존 로버트 레논의 말 중 나한테 해당되는 것이 무엇일까 찾아보려고 '과시욕'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본다.

과시욕: 자랑하거나 뽐내어 보이고 싶은 욕심.

나는 과시하고 싶은가? 음.. 그럴지도 모르겠다. 난 있으나마나한 사람이 아니라고, 나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다만, 그 범위가 넓지 않다. 널리 유명해져서 내가 모르는 사람들한테까지 인사받고 싶진 않다. 그러니 비행기 안에서 자랑하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 나 스스로 나를,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다면 가장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 외, 출간하는 사람에게 출판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작가 증정본을 받거나, 컨퍼런스에서 비판거리를 찾는 것에는 아무런 흥미가 없다. 


황보름 작가에 따르면, 글을 쓰느라 바쁜 작가들은 '나는 왜 책을 내려할까'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쓰지 않고, 배고프면 밥을 먹듯 그저 글을 쓰면 책을 낼 뿐이라고 한다. 나는 아직 글을 쓰느라 바쁘지 않으니 '나는 왜 책을 내고 싶은 걸까?'에 더해,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 걸까?', '앞으로 어떤 글을 쓰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상금이 탐이 나서 브런치 출간 프로젝트에 당선되길 바랐다(당선은 안 되고 그 이상의 돈을 주식으로 까먹었다). 글을 쓰다 보니 자기 위안과 치유가 되었다("자기 치유를 넘어서는 글이 많지 않았다."라는 이슬아 작가의 심사평은 내 글에도 해당된다). 남들이 내 글을 읽고 인정해 주길 바라면서도,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창조한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음악, 미술, 무용 등 다른 예술 분야에 재주가 없으니 글을 쓴다. 내 생각을 표현하고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 내가 유명해지고 싶다면, 모르는 사람의 악수나 사진 촬영 요청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으악!), 내 말의 무게를 키우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그것은 두렵기도 하지만, 진실해지고 용감해지는 길이기도 하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는 것이 좋을까? 그동안은 내가 쓰고 싶은 글만 써 왔다. 명확한 타깃을 정하고 기획, 생산하는 것은 자신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글을 쓰면 즐겁지 않아서 오래 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동안 자기만족의 글만 쓰면서 독자들에게 읽히기를 바랐으니 감나무 아래에서 입만 벌리고 감 떨어지기만 기다린 셈이다. 접점을 찾아야겠다. 내가 쓸 수 있는 분야 중에서 독자들이 원하는 분야를 찾고 싶다. 그게 뭘까? 아.. 어려브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에는 다 해결 방법이 있다." 오늘은 일단 이 말에 기대 있으려 한다. 고민은 다음에 좀 더 해 보는 걸로... ㅎ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문장을 국수 가락처럼 뽑아낼 수 없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