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의 울타리를 벗어나 이방인이 되어봐야 한다."
- 윤태성, <답을 찾는 생각법>에서
매일 똑같은 일과와 장소를 반복한다면 생각에 제약이나 한계가 생길 수 있다. 부모라면 자신도 그렇고, 자녀의 생각에도 한계를 씌울 수 있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반복해서 방문하면서 얻는 편안함도 좋지만, 처음 가보는 곳, 낯선 경험을 해 보는 도전도 의미 있을 것이다. 방문자 리뷰와 블로그 리뷰를 통해 충분히 검증된 곳만이 아니라, 계획 없이 돌아다니다가 들러보는 장소가 예상치 못한 발견과 즐거움을 줄지 모른다.
어느 주말, 아이를 데리고 서울 서촌으로 갔다. 계획 없이 걸으면서 주변 풍경을 바라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 생기면 들어가 볼 작정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발걸음은 종종 멈췄다. 내가 검색을 하지 않았더니 아이가 검색을 했다. 검색하지 말고 무작정 가보자고 해봐도 소용없었다. 가볼 만한 곳은 어디인지 검색하고, 그곳의 이미지와 리뷰를 통한 사전 검증에 들어갔다. 주변 풍경을 유심히 관찰하는 대신, 시선이 핸드폰 화면을 향했다. 계획 없이 낯선 곳을 탐험하며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는 경험을 주고 싶었는데···.
아이의 이런 모습은 나한테서 학습된 것이었다. 어떤 곳에 가기 전에 이미지와 리뷰로 미리 검증과 예상을 하고 가야 안심이 됐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곳으로 갈지도 모른다는, 선택의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물론, 이런 사전 검증을 했는데도 막상 가보면 실망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더 꼼꼼하게 리뷰를 살펴볼 걸 그랬다'라는 후회를 했다. 리뷰와 별점을 통한 선택은 평균 이상의 만족은 줄 수 있지만, 남들의 경험과 평가에 의존한 선택이었다. 그런 선택은 '뜻밖의 발견과 기쁨'을 주기가 어려웠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나만의 고유한 취향을 살리기 어려운 선택이다. 일상의 틀을 벗어나는 ‘여행’을 할 때조차 남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움직이는 셈이다.
울타리를 벗어나 이방인이 되어 봐야 새로운 발견과 생각을 할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역할 가운데 하나는 아이 손을 잡고 함께 울타리 밖에 나가보는 일이다. 안전을 이유로 아이를 울타리 안에 가두기보다 아이가 울타리 밖에 나가볼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 줘야 할 것이다. 훗날에도 아이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낯선 곳에, 리뷰나 이미지 정보에 기대지 않고 자주 데려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