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브라운: 스누피, 어느 날 우리 모두 죽을 거야 스누피: 맞아. 하지만 다른 모든 날엔 살아 있잖아.
영국 사람들은 '희극=비극+시간'이라고 한다. 당장 오늘 짜증 나고 힘든 일도 시간이 지나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유명한 희극배우 칼 발렌틴(Karl Valentin)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만사에 세 가지 면이 있다.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 웃기는 면." 달라이 라마는 한 개인으로서 "지나치게 진지하지 않게" 행동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울리히 슈나벨은 <확신은 어떻게 삶을 움직이는가>에서 위기 상황일수록 자신만의 우물을 벗어나서 불완전한 세상을 두고 웃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했다.
40년간 유머의 효과를 연구해 온 심리학자 빌리발트 루흐(Willibald Ruch)는 "유머는 우리의 감정을 처리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기술"이며 "긍정적 감정은 시야를 넓혀주고 두려움과 분노는 그 반대"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유머를 활용할 때 어려운 상황을 더 잘 처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심리학자 하인츠 부데도 불안을 해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인데 유머가 그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웃는 사람은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웃는 사람은 그 순간 통제력을 상실한다. 하지만 이러한 통제력 상실은 긍정적 정서를 깨우는데, 그건 우릴 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한다. 한 사회가 여전히 많이 웃을 수 있다면, 그 사회는 두려움에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뇌과학자이자 정신분석가 바바라 빌트(Babara Wild)는 "유머를 갖는다고 해서 부정적 경험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연구는 신경과학적으로 '인식 전환', 즉 주의를 돌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부정적 경험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머릿속에 머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계속되는 생각을 끊어내는 데 유머러스한 자극이 특히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울리히 슈나벨의 《확신은 어떻게 삶을 움직이는가》를 참고함)
유머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팽팽한 갈등 상황에서 '툭'하고 조임새를 풀어 버리는 역할을 한다.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순식간에 공기가 달라진다. '누가 이기나 보자'며 강대 강으로 치닫던 대결 상황에서 유머는 이런 대결이 사실 크게 중요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 버리곤 한다. 숨 쉴 틈 없는 긴박하고 중대한 상황에서도 틈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유머다. 스스로 웃을 수 있는 능력, 남을 웃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크고 복잡한 문제도 쉽고 별것 아닌 일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을 부리곤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그런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즐겁고 편안하다. 그런 무기를 지닐 수 있다면 세상살이가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틀 밖에서 놀게 하라》에서 김경희는 아이에게 재미있는 책이나 유머집을 보여주면서 유머 감각을 키우게 하자고 권한다. 그녀도 '유머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며,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라는 점을 강조한다. "유머러스한 태도를 가진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새롭고 다양한 방식을 생각해내며, 어려운 과제에 맞닥뜨려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밝은 면을 찾는다." "아이는 심각한 일을 유머로 바꾸는 법을 익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재미있는 일을 찾고 편하게 웃을 수 있게 된다." 이런 그녀의 말은 비단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삶의 태도이다. 그런데 유머집이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본다고 해서 유머 감각이 길러질까?
김창옥 교수의 강의는 유머가 넘친다. "밝은 사람 뒤에는 항상 검정색 커튼이 한 장 있답니다. 그래서 제 얘기가 재미있다면 아마 제 뒤에 있는 커튼 때문에 더 밝아 보이는 게 아닌가.... 저는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를 소통전문가라고 부르는 게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그의 강의를 듣다 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굉장히 솔직하게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불안한 가정환경, 자살 시도, 우울증 경험까지... 그는 자신의 아픈 과거를 유머의 기본 재료로 썼다. 그래서 그의 유머에는 감동이 있다. 그를 한 번도 직접 만나 본 적이 없는데도 친근감이 든다. 나는 그가 자신의 상처를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하는 순간, 더 이상 자신의 상처에 매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상처에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상처를 스스로 극복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와 유사한 상처를 지닌 사람들도 위로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유머는 진지하고 심각한 상처나 고통의 무게를 덜어주고 극복할 힘을 주는 것 같다.
유머는 분명 강력한 무기가 된다. 너무 진지한 태도는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 조금 힘을 빼고, 웃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남을 웃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어려운 줄만 알았던 문제들도 의외로 쉽게 풀릴 것이다. 굳은 표정으로 아재 개그를 날려서 분위기를 더 얼음장으로 만들어 버리기 전에, 일단 표정을 부드럽게 풀고 눈을 반짝이며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고 웃어 보자. 같이 웃다가 맞장구치다 보면 나도 웃고, 상대방도 웃는 즐거운 상황이 만들어 질지도 모르니까.(이때 내가 날린 멘트가 하나도 안 웃겼다면 나라도 웃으며 잽싸게 묻어 버릴 것. 웃음은 절대 강요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기엔 진짜 웃긴데 남들이 안 웃었다면 안 웃긴 거다. 애써 살리려 하면 부작용만 커지니 포기하고 화제 전환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 이렇게 말하는 나는 웃긴 사람일까? 노코멘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