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의 힘

그녀가 원한것은...

by 작가 시일

영환은 S대학 출신에 대기업을 수석으로 입사했다. 큰 키에 잘생긴 외모에 비해 연예경험이 없는 영환은 늘 이성 앞에서는 아마추어였다. 회사에서 묵묵히 일하며, 동료들과 큰 트러블 없이 지내왔다. 하지만 미선을 만난 순간, 그의 마음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녀의 밝은 미소와 성실한 모습이 그를 사로잡았고, 어느새 그 마음은 깊은 감정으로 변해갔다. 짝사랑은 서서히 그의 삶의 중심이 되었다.


영환은 그날을 몇 번이고 상상했다. 미선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그 마음이 그녀에게 닿기를 간절히 바랐다. 매일 그녀와 마주할 때마다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감정을 억누르는 일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결국, 그는 고백을 결심했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그날 저녁, 영환은 미선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미선 씨, 잠깐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미선은 조금 놀란 듯 그를 바라보았지만,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회사 근처 작은 공원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영환의 가슴은 떨려왔고, 그 떨림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사실,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어요. 미선 씨를… 좋아해요. 정말 많이 생각해 봤고, 이게 내 마음이라는 걸 확신했어요.”


영환의 말이 끝나자마자, 미선은 순간 굳어졌다. 표정은 미묘하게 흔들렸고, 그 눈빛 속엔 미안함이 깃들어 있었다. 영환은 그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미 알 것 같았다.

미선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영환 씨… 정말 고마워요. 이런 말을 해줘서요. 하지만… 미안해요. 나는 그런 감정으로 본 적이 없어요.”


그 한마디에 영환의 세상은 멈춰버렸다. 온몸이 얼어붙은 듯했다. 그는 마치 꿈속에 있는 것처럼, 현실감 없이 미선을 바라보았다.


“왜요? 내가 뭔가 잘못한 건가요? 아니면 내가 부족해서…”

미선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끊었다.


“아니에요, 영환 씨. 그런 게 아니에요. 영환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나도 즐겁게 지냈지만… 그런 감정이 생기지 않았어요. 미안해요.”

그녀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그 진심이 영환에게는 너무나 가혹했다. 영환은 애써 웃으며, 억지로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요. 미안해요, 이런 얘기해서… 부담 주고 싶지 않았는데.”

미선은 한숨을 쉬며 그를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니에요. 나도 미안해요, 영환 씨.”


그 대화는 영환의 마음을 산산조각 냈다. 그는 미선이 멀어지는 모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후로 그녀와의 일상적인 대화조차 힘들어졌다. 회사에서의 모든 순간이 불편했고, 그녀를 볼 때마다 그가 느끼는 감정은 점점 더 깊은 고통이 되었다.


며칠 후, 영환은 미선을 다시 만나러 갔다. 이번엔 그녀의 집 앞에서. 그는 그저 그녀를 보고 싶었고, 무작정 기다렸다. 밤이 깊어 갈수록 영환의 마음은 더욱 초초해졌다.마침내 그녀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미선은 그를 보고 깜짝 놀라 멈춰 섰다.

“영환 씨… 왜 여기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놀람과 당황이 섞여 있었다. 영환은 그저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미선은 뒷걸음질 쳤다.

“미선 씨… 한 번만… 이야기해요…”

그러나 미선은 곧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고, 영환은 순간 모든 게 끝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밤, 경찰이 그를 데리고 갔다.


다음날, 영환은 직장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의 짝사랑은 결국 그를 나락으로 빠뜨렸다. 상처받은 자존심과 깊어진 절망감은 점차 그를 괴롭게 만들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고, 미선에게 느끼는 분노는 걷잡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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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영환은 한강 다리 위에 서 있었다. 그동안 쌓인 모든 감정이 폭발했고, 그는 삶을 끝내려 결심했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우선 이야기나 들어 봅시다.”


고개를 돌리자 한 남자가 그를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영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민철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10분만 이야기 들어 봅시다. 그 다음에 뛰어내려도 괜찮지 않나요?"


그 말은 영환의 마음에 작은 불씨를 남겼다. 비록 깊은 상처 속에 묻혀 있지만, 그의 내면 어딘가에서 다시 살아갈 의지를 찾을 수 있길 바라며, 그는 그날의 마지막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3일뒤

민철은 영환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영환은 민철의 집으로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엄청난 양의 책들을 보며 말했다.

“혹시 연구원이신가요?”

“아.. 아닙니다. 그저 제가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할뿐이죠.”


민철은 영환과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민철은 영환에게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인간의 얼굴, 헤어스타일, 목소리, 키, 체형 이 모두가 개인이 갖고 있는 유전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시나요? 유전자는 결국 생존과 자신의 DNA를 복제하기 위해 외형과 행동을 만들어 냅니다. 영환씨가 지금 이렇게 힘들어 하는 이유도 결국 영환씨 유전자가 원하는 이성의 유전자를 손에 넣지 못해 생기는 고통이며, 결국 이 고통을 끝내기 위해 다른 이성의 유전자를 찾던지, 삶을 마치던지 하겠지요.”


영환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자 민철은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제가 수개월동안 막대한 자금과 IT개발자들과 노력해서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SNS상의 전세계사람들의 외모와 성격, 성향 그리고 개인정보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개개인의 유전자 성향과 그들이 원하는 이성의 유전자 타입을 신뢰도 있게 분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첫 단계로 실제 임상에 돌입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민철님이 원하시면 이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따로 사용 조건이 없나요? 제가 지금 퇴사 상태라 자금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민철이 웃으며 답한다.

“오히려 잘되었습니다. 제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시고 확신이 있으시다면, 저와 함께 일해 보시는건 어떨까요? 영환씨 S대학 출신이니 머리는 좋을거라 생각됩니다.”


“아… 감사합니다. 혹시 제가 준비해야 할건 있나요?”

“영환씨가 좋아했던 여성분의 사진과 머리카락한개만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다음날

영환은 이전 직장동료에게 어렵게 전화를 걸었다.

“나야 영환이… 잘 지냈어?”

“어… 무슨일이야?” 라며 동료가 말했다.

“다름 아니라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정말 어려운 부탁이지만… 미선씨 책상이나 의자에 떨어진 머리카락 하나만 좀 얻어 줄 수있을까?”

“뭐? 머리카락? 너 괜찮은거야?” 동료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 잃을거 없는거 알지? 너 법인카드로 지난번 여자친구랑 밥먹은거 내가 모른체 해 줬잖아. 회사 불명예로 짤리니까 아무곳도 안 답아 주더라. 정말이야. 내가 끝까지 비빌로 할 테니 머리카락 1개만 받아줘”

영환의 직장동료는 미친놈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법인카드 사용이 알려지면 본인도 영환처럼 된다는 상상에 등에서 땀이 났다.

“아.. 알았어. 얻게 되면 연락할께.. 택배로 보낼 테니 다신 연락하지마.”

“알았아. 혹여 다른 사람의 머리카락을 보낸거 알게 되면, 회사에 바로 알릴 테니 꼭 미선씨 머리카락이어야해.”


그렇게 전화를 끊고 일주일 후 영환은 모르는 발신자 이름으로 택배를 받았다. 거기에는

힌봉투에 검은색 머리카락이 한가닥 보였다.



영환은 민철에게 머리카락과 사진을 넘겼고, 그녀를 분석하는데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훗… 이런 성향의 여성은 절대 영환씨 같은 성향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왜죠?”

“하…미선씨 유전자가 원하지 않으니까요. 영환씨가 잘생기던, 돈을 잘 벌던, 친절하던, 일편단심이던 상관없이 그녀의 유전자가 원하는 이성이 아니니까요. 마음이라고 포장하지만 결국 마음도 유전자가 만들어 낸 세상이니까요.”


두눈이 동그랗게 뜬 영환이 말한다.

“이제 제가 어떻게 하면 되죠?”

“우선 그녀의 유전자가 원하는 얼굴상과 성격으로 바꿔야죠. 여기 그녀의 유전자가 원하는 남성의 인물 및 성격을 설명하는 레포트를 보내드릴께요. 읽어보시고 내일 제가 아는 성형외과로 오세요.”


서울 강남,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는 거리의 한 유명 성형외과. 한 남성이 의사의 방에 앉아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평소 생각해 두신 외모나 인상이 있을까요?” 의사가 물었다.


“제 지인이 저를 보면 이전의 저로 알아볼 수 없게 해 주세요. 게다가 잘생기면 더 좋겠죠.” 남성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그는 수술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완전히 지우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다.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했다.

“네, 그럼 이전과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성형을 하겠습니다. 다음 주에 수술 날짜를 잡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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