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RATION의 시작
2주 후, 청와대는 길고 치열한 논의 끝에 OPERATION PROJECT의 시작을 승인했다.
민철에게 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긴 만큼, 그는 그동안의 모든 노력을 결집해 일에 착수했다.
첫 번째 단계로 신뢰할 만한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그는 강남의 한 카페로 향했다.
오후 내내 쾌청했던 날씨가 점점 어두워지면서 긴장감이 감돌았지만, 민철은 침착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만날 사람은 카페 주인 김숙희, 그녀는 정치와 사회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가진 인물이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고소한 커피 향이 민철을 맞이했다.
테이블 너머에는 김숙희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나이에 비해 단정하고 젊은 외모를 가졌고, 미소에서부터 강한 내면의 단단함이 엿보였다. 민철은 차분히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김민철입니다.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민철은 예의 있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김숙희는 민철을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녀의 미소에는 상냥함과 기품이 묻어나 있어 민철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했다. "어떻게 오셨나요?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무척 궁금한걸요." 숙희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민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제 이야기를 들으시면 다소 당황스러우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부디 진지하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민철은 약간 긴장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김숙희는 그의 진지한 태도에 맞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렇다면, 본론을 말씀해 주시죠." 그녀는 민철을 마주 보고 집중하며 그가 무슨 말을 꺼낼지 기다렸다.
민철은 잠시 숨을 고르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저희는 김숙희 님의 남편이신 이석연 검사를 다음 대통령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숙희는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터뜨렸다. 한동안 입가를 가리고 있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숙이며, 어쩔 수 없는 웃음을 멈추려 애썼다. "우리 아저씨가요? 대통령이라뇨? 하하하!" 숙희는 여전히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해요, 제가 웃음을 참지 못했네요. 우리 남편이 검사로서 열심히 일하는 건 알지만, 대통령이 될 재목은 아니라는 걸 저도 압니다." 그녀는 여전히 웃음을 띠고 있었지만 민철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차츰 진정했다.
민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석연 검사님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 단순히 권력을 잡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국가의 미래를 바꿀 중요한 임무가 그에게 주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분을, 가장 가까운 분을 통해 이 계획을 진행하고자 했습니다."
김숙희는 민철의 진지함을 깨닫고 더 이상 웃지 않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봤다. "아니, 무슨 계획이기에 그토록 거창하게 말하는 거죠? 대한민국의 미래라니, 대체 그게 뭔지 전혀 감이 안 오네요."
민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바르게 세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강대국들의 틈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자주성을 지키고, 국력을 키우기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담고 있죠."
숙희는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민철의 말에 차츰 집중했다. "그리고 왜 저를 찾아오셨나요? 저보다는 그 사람과 직접 얘기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김숙희 님께서 남편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시는 분이라고 들어서, 숙희 님께 먼저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평소 숙희 님이 사회 문제와 정치에 깊은 관심이 있으신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에 진심을 다할 분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민철은 진심을 담아 설명했다.
숙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시다니 감사하네요. 이 일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알겠어요. 하지만 솔직히, 남편이 정치와 거리가 먼 사람이에요. 평소 사회 정의를 지키고 검사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이지, 권력에 욕심을 부린 적은 없었거든요."
민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그 점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단순히 권력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나라의 미래를 위해, 깊이 뿌리 박힌 문제를 제거하고 새로운 길을 여는 것입니다. 숙희 님께서 이 계획에 함께해 주신다면, 우리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숙희는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요, 저는 우리나라가 더 나은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정말 우리 가족에게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요?"
민철은 숙희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사실,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 일은 쉬운 길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만약 숙희 님과 검사님께서 함께해 주신다면, 우리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
숙희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남편과 상의해 보겠습니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숙희는 남편 이석연 검사를 마주하고 그에게 그날 만난 민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여보, 오늘 어떤 남자가 찾아왔어. 믿기지 않겠지만… 당신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하더라니까."
이석연은 숙희의 말을 듣고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민정수석이 나를 만나자고 하더니 이번 프로젝트를 꼭 수락해 달라고 요청하더군."
숙희는 놀란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봤다. "뭐야, 알고 있었어? 대체 무슨 프로젝트인데?"
이석연은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나도 내가 대통령이 될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런데… 이번 일은 단순한 정치적 목표를 넘어서야 한다고 하더군."
숙희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단순한 정치적 목표가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일이길래? 대통령이 돼서 뭘 하라는 건데?"
이석연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분히 설명했다. "일본이 20년 전부터 대한민국을 내리누르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하더군. 물리적으로 점령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암적인 요소를 심어 스스로 무너지게 하려는 계획이야."
숙희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갑자기 일본은 뭐고? 그 암적인 요소가 도대체 뭔데?"
"일본은 우리 사회의 경제와 정치, 문화를 좀먹는 요소들을 심어 우리를 약화시키려 하고 있어. 그들은 이곳저곳에 뿌리 깊은 친일 세력을 배치하고, 그들을 통해 자주성을 갉아먹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다더군. 우리가 그걸 막지 못하면 150년 후에 대한민국은 일본에 합병될 가능성이 92%에 달한다고 해."
숙희는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바라보다가, 결국 나지막이 말했다. "그럼, 당신은 이걸 막기 위해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거야?"
이석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숙희의 손을 꼭 잡았다. "맞아. 이 일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도,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과정이야. 나라가 사라질 위험을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야."
숙희는 남편의 말을 듣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여보, 솔직히 난 우리 가족이 이 위험한 일에 휘말리길 원하지 않아. 우리 이렇게 평온하게 살아갈 수도 있잖아."
이석연은 단호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도 너의 걱정을 이해해. 하지만 이 일을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나라가 정말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을 잘 수가 없었어."
숙희는 조용히 눈을 감고, 손을 모으며 기도하듯 속삭였다. "당신이 이 길을 가겠다면, 나는 옆에서 당신을 지켜볼게. 당신이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이라면 나도 그 길에 함께하겠어. 하지만 제발… 몸조심해."
그날 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말을 잇지 못했다.
TV 뉴스 속보가 쏟아졌다.
“특보입니다. 무성한 소문만 있던 이석연 검사가 오늘 대선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기존의 예상과 달리 현 정부 후보가 아닌, 야당 후보로 출마하여 선거판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이 뉴스를 접한 숙희는 흥분된 표정으로 두 손을 꼭 모아 기도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의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남편과의 대화를 상기했다.
숙희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보, 난 아직도 자신이 없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당신이 출마하면 기자들이 당신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까지 샅샅이 들춰볼 거야. 만약 우리 부모님에게까지 뭐라도 나오면, 그땐 진짜 대통령이고 뭐고 없이 당장 이혼이야!" 그녀의 목소리엔 혼란과 두려움이 얽혀 있었다.
이석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숙희야, 나도 알아. 이번 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복잡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아. 하지만 이건 단순한 출마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하는 일이지 않겠어?" 그의 목소리에는 사명감과 결의가 담겨 있었다.
숙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석연 후보가 공식 등록하자마자 검증의 칼날이 날카롭게 그를 향해 들이닥쳤다. 야당 대선 후보 검증이 시작되자 기자들과 정치적 경쟁자들이 숙희와 그의 가족사까지 파헤치며 과거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숙희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실제로 온 나라가 자신과 가족을 주시하는 상황이 되자 비참함을 느꼈다. "이건 내가 생각한 그 이상이야…" 그녀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모든 게 시작되었다는 것, 그들의 여정이 시작부터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예감을 강하게 느끼면서도 이대로 물러서기는 어려웠다.
대선을 앞두고 민철은 조용히 이석연 후보의 연설 준비를 돕기 위해 마이크 음향 통제실로 들어갔다. "특수 주파수를 준비해 주세요." 민철은 음향 담당에게 나지막이 지시했다. 마이크에 설치한 이 주파수는 후보가 연설을 할 때 그의 목소리에 미묘한 울림을 더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었다. 이석연의 목소리가 듣는 이들의 마음에 강한 여운을 남기도록 계획된 것이었다.
연설 당일, 이석연 후보는 평소보다 더 긴장된 모습이었다. 마이크를 잡으면서 손끝이 살짝 떨렸다. 늘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익숙지 않았던 그였지만, 이번엔 그가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를 위해 가야 할 길을 확신했다. 하지만 마이크가 갑자기 고장 나 버리는 바람에 그의 연설이 중단되고 말았다.
당황한 눈빛을 한 이석연은 민철을 바라봤고, 민철은 당황하지 않고 신속히 장치를 점검한 뒤 그에게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이석연은 심호흡을 하며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의 목소리가 울리자마자,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결의가 힘찬 목소리로 이어졌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저는 이 나라를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입니다. 이제 제게 주어진 사명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합니다. 여러분의 손을 꼭 잡고, 이 나라를 지켜내고 싶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대형 체육관을 가득 채운 지지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체육관의 공기는 뜨거워졌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하나로 결집됐다. 이석연의 마음도 예상보다 큰 지지에 벅차올랐다.
그렇게 이석연은 야당의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다.
여당 대선 후보인 김재훈은 이 비밀 프로젝트를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그가 또다시 5년을 기다리며 인내할 인물도 아니었다. 민철은 김재훈 후보와 이석연 후보의 지지율을 조정하며, 양측 지지율이 50:50으로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을 유지하도록 했다. 민철의 계획은 이번 선거에서 이석연이 대통령이 되어 OPERATION PROJECT를 진행하고, 다음 대선에서는 김재훈이 대통령에 오르도록 하는 것이었다.
선거 날이 다가오자, 민철은 전국의 지지 선거 차량과 포스터에 특수 장치를 설치했다. 선거 차량에는 특수 주파수를 장착해 운전자와 시민들이 지나다니며 자연스럽게 이석연 후보의 연설을 들을 수 있게 했고, 포스터 역시 보이지 않는 미묘한 패턴과 색 배열을 통해 보는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호감을 불러일으키도록 디자인되었다.
이렇게 선거 당일이 밝았다. 개표 초반에는 여당의 김재훈 후보가 앞서가는 듯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반전되었다. 마침내, 대한민국의 첫 검사 출신 대통령으로서, 이석연 후보가 당선되었다. 그것은 OPERATION 시작을 알리는 첫 단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