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살과 완두콩 튀김과 라멘과 소주를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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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ㅂ과 ㅎ을 만났다. 카페에서 만난 우리들은 커피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후루룩 회의를 진행했고, 회의는 각자 다른 일을 처리한 시간까지 포함해 꼭 1시간을 채웠고, 당연하다는 듯 저녁 술을 마시러 갔다.


009-02.jpg 고기엔 참이슬, 그 이슬이 붉다면 더 좋고

ㅎ이 적극 추천한 고깃집에서는 갈비살을 팔았다.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술잔과 함께 주고받았다. 떠오른 채로 방치해 두었던 생각거리도 공유하고, 그중 몇은 새 프로젝트를 위한 아이디어가 되고 또 몇은 말없이 자신의 무엇으로 만들 궁리를 했다. 깔깔거리고 웃다가 짐짓 심각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잔이 비워지기 무섭게 술을 따라주는 동안 마음도 부르고 배도 부르고 밤은 깊어가고. 퍽 오랜만에 걱정 없이 먹고 마신 밤이었다. 일정이 빠듯한 프로젝트였지만 걱정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떡 허든 되겠지, 싶은 마음도 아니었다. 맡은 일을 잘 정리해서 해내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 해야 할 시간이 되면 하겠지 싶은 마음에 더 가까웠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그 가벼운 마음인가 싶어서 기분이 좋았다.


009-03.jpg 실제 완두콩보다 훨씬 많이 컸다

나보다도 신이 난 ㅎ이 2차를 쏘겠다며 앞장섰다. 어디 가서 무얼 먹든 소주만 있으면 되었고, ㅎ이 술자리 내내 이야기했던 완두콩 튀김도 궁금했다. 새끼손톱만 하고 동글동글한 것을 어떻게 튀기겠다는 것인지 정말 궁금했는데, 만나고 보니 과연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음식이었다. 조그마한 콩알을 구슬 꿰듯 꿰어서 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완두콩으로 앙금을 만들어 튀긴 것이었다. 보드랍고 달콤하고 바삭해서 참말 맛난 완두콩 튀김과 라멘을 나누어 먹으며 우리는 또 즐거웠다. 무겁지 않아서 좋았던 이야기들. 그 순간, 그 시간을 즐겁게 하는 것으로 제 몫을 다한 이야기들, 남지 않지만 모자라지도 않아서 키질로 쭉정이 날려 보내듯 날려 보내기 좋은 이야기들. 그러니 그 밤의 즐거운 이야기가 기억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날려 보내고 남은 것은 담백한 알곡, 늑장 부리지 않고 조바심 내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일과 생각들이다. 시작이 나쁘지 않다. 굳이 좋다고 하지 않는 건 변수를 제외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어떤 프로젝트건 변수가 빠지면 섭하지. 생각은 언제나 변수 그 자체이기도 하고. 아유, 변수 걘 왜 어디든 안 빠지는지 몰라. 오지랖도 그런 오지랖이 없다니까. 불청객인 듯 아닌 듯 오지랖 넓은 변수까지 함께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면 ㅂ, ㅎ과 또 술 마시러 가야겠다. 그러면 우리는 또 각자의 키로 키질하며 재미를 까부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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