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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만 기다린 것은 약속이 있기 때문이었는데,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었다. 혼자 먹는 저녁은 대수로울 것 없지만 무얼 먹느냐가 고민. 어제 먹던 것을 또 먹기는 싫고 혼자 먹을 수 있는 메뉴도 거기서 거기라 고민이 될 수밖에. 사무실을 나서면서부터 무얼 먹어야 하나, 먹을 수 있는 것들을 훑고 또 훑다가 문득 시장에서 파는 떡갈비가 생각났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먹지 못했던 그것을 오늘은 맛보리라 다짐하곤 두 정류장이나 먼저 내렸다. 가까워질수록 짙어지는 냄새. 2인분에 6천 원, 4인분에 1만 원. 오며 가며 굽는 모양이며 크기를 보았을 때에는 1인 분에 네 덩어리는 줄 것이라 생각하고 배가 고프니 남더라도 넉넉히 먹으려고 2인분을 샀는데 값을 치르고 보니 겨우 두 덩이가 전부. 속은 기분이었지만 작은 만큼 밀도(?)도 높겠지 싶어 포장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허겁지겁 집안을 정리하고 급한 일을 처리하고 보니 싸늘하게 식어버린 떡갈비. 전자레인지에 데워 어디, 사람들이 그리 줄을 서던 떡갈비가 어마나 맛있나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맛있다. 역시 두 덩이를 더 샀어야 했다. 특히 부추가 들어간 것은 부추 향이 이렇게 좋았었나 싶게 풍성하고 기름지고, 부추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고소하고 기름지고. 자꾸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게 좀 못마땅했다. 나도 모르게 가성비가 떨어진다, 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제법 좋은 고기를 쓰는 것 같고, 고기를 일일이 다져 양념하고 재우고 모양을 만들어 손수 굽기까지 해서 파는 것을 생각하면 비싼 값은 아닐 텐데 왜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지. 배고픈데 양껏 못 먹어서 그런 것인가, 약속이 어그러져 마음이 헛헛해 그런 것인가. 양껏 먹지 못해서 아쉬운 것도 있고, 약속이 어그러진 것도 서운하지만 자꾸 제값을 깎으려 드는 것이 못내 속상해서다. 떡갈비도, 나도. 아무리 마음이 헤프기로 하다 하다 떡갈비에게까지 몰입하게 된 것은 요즘 통 영화도 못 보고 책도 못 읽고 <동백꽃 필 무렵>은 일주일에 두 번 밖에 안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근래 들어 값을 매기는 것에 대한 고민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가라는 것은 재료비, 가공비, 제작에 필요한 인건비, 유통비 등등을 헤아려 산출되는 값이고 거기에 이윤을 좀 보태면 판매가가 나오는 것일 텐데, 내가 하는 일의 원가를 어떻게 따져야 할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교육비부터 셈해야 할지, 대학교 학비부터 계산해야 할지, 학원비나 학비 말고 그간 사 읽은 책값과 영화표값과 전시 관람료 하고 오고 가는 교통비에 술값이랑… 어쨌든 그 모든 경험이 다 일꾼으로 거듭나는데 조금씩 지분이 있다면 있는데 뭐 그런 것도 계산에 넣어야 할지. 그리고 나는 시간을 적게 쓰고 많이 일하는데 그건 또 어떻게 계산해야 할지….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조금 초라해지고 조금 더 떼써보고 싶어 지는데 초라해진 마음에는 술을 주어 달래면 되는데 떼쓰고 싶은 마음은 어찌 달래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냥 좀 알아서 챙겨주면 안 되나, 두둑이 주면 시간 많이 쓰고 많이 쓴 시간만큼 더 열심히 일 할 텐데. 그냥 다음번에는 군소리 말고 2인분에 6천 원짜리 떡갈비 4인분에 1만 원 주고 사 먹어야겠다. 맛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