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周美 · 임주미 · 1984 · Purple

Fariy Pitta

by 유정
분장실 [がくや] ⓒ fantastic scar pink
분장실 [がくや] ⓒ fantastic scar pink

an exclusive INTERVIEW 02

Date 2011. 02. 24. 20:00~20:40

Interviewee age 28, female, actress

Interviewer Fantastic Scar Pink


연극배우 임주미 ⓒ fantastic scar pink

배우 경력은 꽤 됐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3학년까지 극단에서 가족뮤지컬을 했다. 대학교 졸업하고부터 지금까지 6년째 배우 생활을 하고 있다.

시작이 빠른데? 중학교 때 동아리 활동으로 연극반 활동을 했다. 배우가 되고 싶어서 한 건 아니고, 딱 한 사람을 뽑는데 아무도 안 가겠다고 해서 내가 간 거다. 시작은 그랬지만 공연 한 번 하고 나니까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도 평생 이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우연한 계기로 배우가 된 거네 시작만 우연이었던 거다. 그 이후부터는 선택이었으니까.

어떻게 고등학생이 극단 생활을 할 수 있었나 사실 나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려는 생각이 없었는데, 부모님이 내가 정말 끼나 재능이 있는지 시험해 볼 생각으로 예술고등학교 입학을 권했던 거다. 그런 시험을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하나도 모르는데 가서 뭘 하겠나. 멀뚱멀뚱 서서 이름 얘기하라면 하고, 연기하라면 했다. 특기가 뭐냐고 묻기에 그런 거 없다고 하고 나왔다. 떨어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예술고등학교에 못 갔다고 배우가 될 수 없는 건 아니지 않나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시험을 보기는 했지만 충격을 좀 받았다. 고등학교 입학하고 한 학기 동안 넋 놓고 다녔으니까. 친구들하고 노는 게 제일 좋기도 했고….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많이 도와줬다. 레슨을 받으려면 돈이 필요한데 돈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상황을 아니까 담임선생님이 극단을 알아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해주셨다. 무작정 인터넷에 청소년 단원 받아 주는 극단을 검색했는데 없더라. 대학로 쪽은 전무했고. 겨우겨우 한 군데 찾았는데 가족뮤지컬 올리는 곳인 줄은 몰랐다. 당연히 성인극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고, 연기 배우면서 공연도 할 수 있으니 좋을 거라는 생각만 하고 갔는데 가족뮤지컬 하는 곳이더라. 그때부터 내 인생이 꼬였다.

뭐가 어떻게 꼬였다는 건가 무대 경험 많이 쌓은 것 밖에 없으니까. 어디 가서 경력이라고 낼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우선 극단이나 주최 측에서 청소년이 공연을 하는 것을 싫어한다. 전문 배우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공연 포스터나 리플릿에 들어가는 명단에서 내 이름 대신 출연하지 않는 선배들의 이름을 넣곤 했다. 그러다 보니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다. 그때는 속상하다느니 서운하다느니 하는 것보다 그저 이렇게 열심히 극단 생활을 했으니 대학 가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만 했었다. 그런데 아닌 거지. 도움되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대학 면접에서도 그건 그냥 내 취미생활이었을 뿐 경력으로 인정해줄 수 없다더라. 내가 당시에 전문 배우로 활동한 게 맞는지 자문해 보니 면접관 말도 맞는 말이더라. 아무것도 모르는 애가 막연하게 무대 좋아서 시작한 일을 어디 가서 경력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지 않나.


ⓒ fantastic scar pink


어떤 역할을 가장 사랑했나 <쥐구멍에 볕 들 날>이라는 창작극에서 맡았던 배역이다. 어느 날 연출에게 전화가 왔는데 첫마디가 ‘60대 할머니 역할인데 할 수 있겠냐?’였다. ‘뭐, 하면 하지 않겠어요?’ 했더니 ‘그럼 네가 해’, 그러더라. 당시 24살이었는데 60대 할머니 역을 했다. 내 안에서 태어난 역할이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할머니 역할 자체가 싫은 것보다 동갑내기 친구는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는데 나는 할머니를 해야 된다는 게 싫었다. 바로 옆에서 자꾸 비교가 되니까. 그 역할을 만나서 연기의 폭이 넓어졌지만 24살이면 예쁜 역할하고 싶을 때 아닌가. 하지만 지금 그때로 돌아가서 고등학생 역할을 하라고 하면 안 할 것 같다.

캐릭터는 어떻게 만드나 관찰한다. 내가 맡은 역할과 비슷한 사람을 찾아다니는 거지. 그렇다고 딱 맞아떨어지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건 아니니까 이 사람, 저 사람에게서 행동이나 버릇 같은 걸 가져다가 섞어 만드는 거다.

에이, 그게 말이 쉽지 어렵지. 그래서 난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힘든 건 없었나 처음 대학로 들어왔을 때가 제일 힘들었다. 학교 다닐 때는 교수님도 있고, 동기들도 있는데 사회에 나오니 혼자더라. 여차하면 사라지는 거고, 잘해야 계속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잘해야 했다. 1년 반 정도는 인정 못 받았다.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싶은 게… 그때가 제일 힘들었지. 힘든 거야 늘 힘들다. 지금도 매일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이 길을 계속 갈 수 있는지 고민한다. 예순이 넘어 할머니가 돼도 연극을 하고 있을까 하고. 배우, 다 똑같지 않나. 평생 그런 불안감 속에서 사는 것 같다.

뭐가 그렇게 불안할까 결혼. 여배우들은 다 그렇지 않을까. 결혼만 하면 그래도 괜찮은데 여자는 출산도 해야 되니까. 아기 낳고 못 돌아오는 선배들이 많다. 그래서 대학로에는 30대 여배우 찾기가 힘들다. 결혼과 출산, 육아 때문에 사라져 가는 선배들을 하도 많이 보니까 불안한 거다. 그게 내 모습일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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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은 어떻게 해결하나 사실… 배우가 힘든 게 돈 말고 뭐가 있겠나. 출연료를 받기도 힘드니 공연 안 할 때 바짝 번다. 가르치는 일도 하고, 메이크업도 하고. 또 성인극은 몰라도 가족뮤지컬은 출연료가 나오니까 병행하면서 버는 거지. 공연할 때까지 벌어 둔 돈으로 생활하고, 공연 끝나면 돈이 똑 떨어지니까 또 일하고.

배우는 주로 누구랑 싸울까? 연출? 나랑 싸운다. 매번 공연할 때마다 다른 캐릭터를 입어야 되는데 나 자신이 거부하고 있다거나 하면… 자신과 가장 많이 싸울 수밖에 없지.

배우는 어떤 사람인가 운동가다. 우리는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다. 연극 자체는 그저 웃기거나 슬프기만 한 내용이라도 그 안에는 메시지가 있고 배우는 그걸 관객에게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공연을 자세히 보면 메시지라는 게 보통 그 시대를 비판하거나 칭찬해 주고 있다. 그래서 배우는 운동가다. 비판하던 희망을 주던… 누가 배우는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면 운동가라고 이야기한다.

당신은 어떤 배우일까 망나니?! 표현 방식 때문이다. 내가 희망을 전달해주고 싶어도 표현방식에 따라서 관객에게는 희망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리고 배우가 메시지를 전달할 때 ‘나는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라고 일일이 설명하면서 연기하진 않잖아. 결국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관객도 공연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만 표현방식까지 정해주는 건 아니지 않나.

배우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뭔가 매 순간 바뀌는데 종합해 보면 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요즘은 사랑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공연할 때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다. 관객에게 바로 가 닿으면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알 테니까. 가족이나 연인을 떠나서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든다.


ⓒ fantastic scar pink


배우가 아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굉장히 이기적이다. 세상에 이렇게 이기적인 사람이 없다. 나 밖에 모르니까.

그리고 굉장히 단호해 보인다 원래 나는 흐지부지한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바꾼 거다. 의사표현을 정확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흐지부지하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될 테니까. 배우 때문에 시작한 게 인간 임주미까지 온 거다. 그래서 결혼하고 아기를 낳아도 나는 여기 와 있을 것 같다.

성공하고 싶은가 성공하고 싶다. 사실 성공이라는 게 돈을 많이 벌면 되는 건지, 명예를 얻으면 되는 건지, 아니면 돈과 명예를 다 가져야 되는 건지… 뭐가 성공인지 모르겠어서 별거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냥 10년 후에도 내가 이 길을 왜 가려고 했는지 잊지 않으면 좋겠다. 초심이라는 걸 위기의 순간마다 꺼내보고 싶다. 지금 그걸 꺼내보고 있다면 올해는 그 마음이 나와 함께 살아 숨 쉬었으면 한다.

그럼 배우로 성공하는 건 뭘까 생존이겠지. 이 바닥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거. 꾸준히 작품 하면서 나태해지지 않는 거. 늘 공부하고 관찰하고 연기하면서 살아남는 것.

그런데 자식이 배우가 되겠다고 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려야지. 그래도 하겠다고 하면… 네 인생 네가 알아서 살라고 해야지 뭐. 우리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DSC_1165.jpg ⓒ fantastic scar pink

부유 권위 궤변 지능 위엄 창조 신비 예술 고귀 우아 공허 실망 상품 신성 부활 공허 … 보라,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충돌하는 현장. 충돌은 화려하다. 상흔을 남긴다. 또 다른 세계가 열리는 始點. 시시각각 충돌하는 보라, 두 세계를 넘나드는 보라.


세계의 시작과 끝에 서 있는 임주미



* 분장실 [がくや], 시미즈 쿠니오(淸水邦夫) 作, 6048X4032 pixels

* 여기에 소개된 사진 작품은 현존하는 희곡 작품을 제목으로 차용하였기에,

작품 제목과 원작자의 이름을 함께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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