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9월 30일의 로그
얼마 전 외국계 B사와의 3차 인터뷰가 있었다.
사실 이 인터뷰 전에 나름 준비를 했었다.
동네 당근마켓에서 20년 차 미국인 개발자인 인터뷰 전문가분을 섭외해,
무려 두 시간이나 영어 인터뷰 연습을 했고, 끝나고도 반나절은 더 연습했다.
(Thanks Lucas!)
오랜만에 영어를 길게 쓰다 보니 익숙하지 않고 어색했지만,
누군가 실제 인터뷰어처럼 질문을 던져주니 긴장감을 푸는 데 도움이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번엔 그래도 괜찮겠지”라는 작은 자신감이 있었다.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는 시작부터 긴장이 감돌았다.
알고는 있었지만 한 인터뷰에 3명의 면접관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준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막상 카메라 앞에 앉으니 머릿속이 하얘졌다.
면접관님들은 차분하고 친절했지만, 내 불안한 기색은 화면 속에 그대로 드러난 것 같았다.
조금은 준비한 자료를 읽어보려고도 했지만 맘대로 되지 않았다.
질문은 영어로 이어졌다.
업무 경험, 협업 스타일, 위기 대처 방식 등 익숙한 주제였지만,
답변이 자꾸 끊기고 문장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준비했던 표현은 떠오르지 않고, 단편적인 단어만 흩날렸다.
‘아, 이번엔 끝났다’라는 생각이 인터뷰 내내 머릿속을 스쳤다. 하…
심지어 중간에는 이렇게 말해버렸다.
“Sorry, I am so nervous right now… Can I take just 30 sec break?”
인터뷰에서 잠시 포즈 요청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민망하다.
줌을 나오자마자 자책감이 몰려왔다.
“망했다. 이번엔 진짜 떨어졌다.”
열 몇 시간이나 연습까지 했는데도 실전에서 흔들린 내 모습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그동안의 준비와 노력마저 헛수고처럼 느껴졌다.
며칠 뒤, HR에게서 연락이 왔다.
HR담당자는 바로 합격했다라는 말보다 사실은 결정이 평소보다 오래걸렸고,
상위결정권자는 망설이셨지만~하며 이런저런 설명을 먼저했고,
결과는 믿기지 않게도 합격.
알고 보니 팀장님과 HR그리고 부서장님이
적극적으로 나를 푸시했다고 했다.
팀장님은 “업무적으로는 빠르게 따라올 수 있다”라고 했고,
HR은 “팀 문화와 잘 맞는다”라는 평을 남겼다.
부족했던 영어 답변보다 지금까지 보여준 프로젝트 성과와 태도를 더 높게 본 것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
화상 인터뷰에서의 순간 실수나 언어적 한계가 결과를 좌우하지는 않는다는 것.
결국 사람을 뽑는 과정에서 중요한 건 숫자와 스펙뿐만 아니라
태도와 가능성, 그리고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사실이다.
망했다고 확신했던 화상 영어 인터뷰가 합격으로 뒤집힌 건 작은 기적이었다.
동시에 나에게도 숙제가 남았다.
영어가 두렵더라도 최소한 “준비했다”는 흔적만큼은 확실히 남길 것.
이직은 늘 예측 불가능하지만, 스스로를 지나치게 낮추지 않는 것.
그게 결국 끝까지 버티는 방법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이렇게 또 하나의 인터뷰 경험이 쌓였다.
열 시간의 연습, 흔들린 화상 인터뷰, 그리고 뜻밖의 합격. 분명 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하루였다.
아 그리고, 다시 한번 영어 공부… 진짜 더 열심히 해야겠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