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던 매일,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끊이지 않던 글감.
글을 쓰지 않는 요즘,
땅굴을 파도 나오지 않는 글감.
이 글을 담을까 저 글을 넣을까 고르고 골라 가장 하고 싶은 말을 꺼내었던 매일,
멈춰진 화면처럼 첫 글자를 옮겨 적기까지 한참 걸리는 요즘.
뚝뚝 눈물을 흘려가며 글로 감정을 토해내기 바빴던 매일,
삐질삐질 땀을 흘려가며 굳은 근육을 움직이려 노력하는 요즘.
머리로는 이미 몇 백자를 써냈지만 꾹꾹 마음 눌러 담으며 끝까지 적어냈던 매일,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뱉을 마음도 없다는 듯 더디게도 적히는 요즘.
ㅡ
참 다행인 것은
모두가 AI에 의존한 글쓰기를 할 때
나는 아직 내 생각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AI를 이용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그의 글보다 내 글이 더 마음에 들고
물어보며 마음에 드는 글을 찾아가는 시간보다 내가 직접 마음에 드는 글을 써가는 시간이 더 기쁘다는 것.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근육이 굳는 것을 지켜만 보는 일.
엉덩이 기억상실증처럼 내 손가락과 뇌도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릴까 봐.
*엉덩이 기억상실증 : 엉덩이 부위에 힘을 쓰는 방법을 잊어버리는 현상
스스로 사고할 수 있다는 것,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복된 일임을 알아서 다행이다.
ㅡ
이제는 굳어버린 근육을 다시 유연하게 만들 차례.
되돌아간 내게 너무 늦게 찾아왔다며 발로 뻥- 차지 말고,
이제라도 와줘서 고맙다며 손을 건네주길.
하루라도 빨리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는 일 없이
술술 글감을 풀어내는 내가 되길.
일단 오늘은 성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