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중독은 왜 걸리는 건가요?

by 도무지

가족과 옹기 모여 산 지 1년, 기어코 다른 이유를 만들어 홀로 집을 나왔다.


함께 살던 그 공간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거 필요해?"

"저거 버려도 돼?"

"이 옷 입는 거야?"

"저 음식 먹고 있는 거야?"


끝없는 정리를 해도 공간이 생기긴커녕 새로운 물품으로 채워지던 집.

10번의 질문에 1가지 물품을 정리한다 해도 2가지가 채워지던 그런 집.

빈 공간이란 찾아볼 수 없이 꽉 차서

인도와 차도처럼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이 구분되어 있었다.


순간 혹하여 구매한 물건이 내게 얼마나 가치 있을지 짐작 가능한 서른한살.

좁아터진 내 방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게 싫어서 물욕이 사라졌다.

그렇게 혼자 나온 자취방은 채움보다 비움만 있다.


당근거래 판매물품 243개.

숫자가 말해주는 비움의 재미.

반대로 말하면 243개의 제품을 샀다는 것이기도 하니 물욕이 없다는 말은 어불성설인가.

아, 사라졌다고 표현했으니 이전과는 달라진 게 맞겠다.


지금도 집에 있는 어떤 물건을 비울까 고민하는 나는 살기 위해 사야만 했던 물건도 최소한으로 선택했다.

절약정신도 뛰어난 탓에 애용하는 당근마켓에서 하나 둘 채워 넣었다.

이곳이 내 신혼집도, 자가도 아니니까. 굳이?


인테리어 따위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저 화이트 앤 우드면 그만인 것.

우리에겐 다이소면 충분하다.


다이소는 저렴하니까 이것저것 사도 괜찮지 않냐는 생각은 금물.

값이 합당하다고 해서 내 공간을 저렴하게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에 의해 고르고 골라 사 왔더라도, 활용도가 낮거나 필수품이 아니면 도로 가져가 환불 계산대로 향했다.


언제부터였을까? 내 공간에 집착하기 시작한 게.

바디워시를 사더라도 미리 곳간을 채워둔 것에 든든한 것이 아니라, 저걸 언제 다 쓰지 한숨을 푹 쉰다.

다 쓰면 또 사야 하는 소모품은 돈구멍과 다름없는데 말이다.

서랍장이 있으면 깔끔하게 보관해서 좋다는 생각이 아니라, 이 안에 있는 물품을 언제 다 비워서 서랍장을 없앨 수 있지라는 고민을 한다.

빨래를 하면 옷을 말려야 하는데 세탁방에서 건조기를 돌리기엔 돈이 아깝고,

빨래 건조대를 두자니 접이식조차 보기 싫을 것 같아서 건조대를 사지 않았다.

대신 손잡이가 달린 곳이나 창틀에 옷걸이를 걸어 말리고 있다.


이쯤이면 생각해 본다.

나 정말 피곤하게 사는구나.

그런데 더러운 꼴을 보는 게 더 힘든 걸 어떡해.

언제부터 이랬던 걸까.

왜 이러는 걸까.

깔끔 떠는 성격이 절대 아닌데.


의문이 해결되지 못한 채

오늘도 나는 당근마켓에 들어간다.


"네, 안녕하세요. 오늘 10시 거래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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