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ㅡ
2014 수능이 망했다.
아, 내 원래 실력이 들통났다고 하는 게 맞으려나.
나는 수능 가채점을 해보고
수험표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재수를 할지 말지 고민했다.
‘내가 과연 1년 공부를 더 한다고
얼마나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친구들이 노는 꼴을 가만히 지켜만 보며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까?‘
두 가지 질문 끝에 둘 다 아니라는 대답이 나왔다.
나는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가겠노라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러나 내 고민이 무색하게도,
나는 이미 부모님께 재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은 머리를 모으고
‘취업을 잘할 수 있는 학과’에 집중할 것인가,
철학과를 가더라도 ‘가장 좋은 대학’을 갈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ㅡ
나는 결국 취업이 잘 되는 방향으로 선택했다.
그곳은 바로 ‘항공과’
선택의 이유는 별 것이 없었다.
우선 내 키가 컸다.
170cm였으니.
(더 놀라운 것은 키가 계속 자라 지금은 175cm다.)
하지만 문제는 몸무게에 있었다.
나는 70kg이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공부하겠다고 의자에 열심히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던 탓이었다.
* 엉덩이 시간과 성적은 무관하다.
그런데 항공과는 학교 성적보다 면접이 중요했다.
그 말인즉, 면접 때 나의 돼지 같은 몸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대로라면 떨어지기 딱 좋은 모습이니
무조건 체중을 감량해야만 했다.
나는 살을 빼기 위해서
헬스장에서 하루종일 운동하다가 잠들기도 하고
사과 1개만 먹으며 하루를 버틴 적도 있었다.
그렇게 살을 빼고
언니에게 화장을 받으며
맞지도 않는 빼딱구두를 신고
여러 군데 면접을 보았다.
합격한 곳들 중 한 곳을 선택해 학교에 입학을 했는데,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