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 MT때 했던 미친 짓

스무살

by 도무지

MT에서 각 반의 장기자랑이 끝나고

강당에서 해산을 마쳤다.


초/중/고 시절이었다면,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겠지만


우리는 민증에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호기심 천국 새내기들이었다.


각 방에서 시작한 것은 바로 술판.


안주로 과자도 중간에 깔아 두고

각자 컵을 한 개씩 들고는

술을 입에 적시기만을 기다렸다.


동기들의 눈은 술을 향해 빛이 나는 별처럼 반짝거렸다.


아, 빛이 나는 별이라니…

술을 두고 너무 예쁜 표현 같으니 다시 다시.


동기들의 눈은 먹잇감을 기다리는 하이에나처럼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그 방에서 나는 친구를 사귀지 못할 것이라 짐작했다.

나와 함께 MT를 온 그 여성스러운 친구는

아직도 한없이 조용할 뿐이었다.


머리를 굴려야 했다.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혹시 여기서 술 안 먹을 사람들은

저쪽 방으로 와!

그럼 난 간다! “


모두가 술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런데 상황에 맞지 않는,

즉 예상을 뒤엎는 나의 말이

그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교수님을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순간, ‘아 내가 미쳤구나’ 생각했다.

저 말 한마디로 옆에 있는 친구마저 잃을 뻔한 것이다.

사실 술을 안 먹는 친구를 찾은 것은

꼭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보수적인 나는

술을 마시는 건 나쁜 거라 생각하고

술을 마시지 않기 위한 자리를 만들고 싶었던 것도 있다.


‘사람이 말을 내뱉었는데, 자존심이 있지!!!‘


혼자 남겨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당차게 방 한가운데 홀로 앉아 빈 공간을 채웠다.

다행히 할 일은 있었다.

내 손아귀에 있는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일.

귀는 하하 호호 웃는 옆방 소리를 향하고

눈은 누군가 오길 기다리며 내 방 문을 향했다.

벌컥-


5명의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내 옆에 둥그렇게 앉았다.


종이컵에 흘러넘치지 않게 콜라를 따르고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나는 이 친구들과 대학생활을 잘 마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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