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을 날아서

서른 하나에 찾아온 불면의 밤

by 살랑

계속 글을 쓰고 싶었다.


말뿐이 아니라 브런치에 글을 기고하지 않은 지난 두 달, 사실 나는 그동안 여러 번 글을 쓰기 위해 시도했다.

하지만 매번 글을 완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그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마땅히 쓸 만한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서, 글을 쓸 기분이 아니라서, 바빠서. 이유는 백여개 쯤 만들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모든 종류의 깊은 생각을 말이다. 글을 쓰려면 생각을 해야했다. 그리고 생각들은 내 머리속에 잔상처럼 남아 불면을 야기했다.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다. 동료들과 갈등이 있었고 회사에서는 낮은 동료평가 점수를 받았다. 내가 그렇게 별로인 사람이었나. 주변의 힐난을 받으며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야속함에 성급한 언행을 했다. 좋게 끝날 수 있는 일이 엉망이 되었다. 그들의 방식이 옳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동료들의 조언은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면이 있었고 고과의 기준은 지난 내 1년을 평가하기에 공평하지 않았다. 난 왜 그 자리에서 내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지 못했던 걸까? 아쉬움은 때로는 분노가 되고 슬픔이 되어 심장속 어딘가에 묵직하게 축적되는 기분이었다.


스트레스는 신체 증상으로 그대로 발현됐다. 우선 잠을 잘 수 없었다. 신경안정제를 먹어도 작은 소음에도 쉽게 깼다. 꿈에서는 상사들이 나와 차례로 나를 힐난했다. 다리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났다. 음식이 몸에서 받지 않아 마실것에 의존했다. 실시간으로 면역력이 소진되는 느낌이었다.


사람은 사람으로 치료한다고 했던가. 많은 이들의 도움과 보살핌을 받았다. 엄마는 딸의 위기를 읽어내기라도 한 듯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만 밥을 차려줬다. 요즘 들어서는 내가 그녀의 끼니를 챙겨왔던터라 그런 배려가 참 고맙고 든든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말없이 어깨를 쓰다듬어줬다. 내가 만나고 있는 남자는 왕복 3시간의 출퇴근길에서 매번 똑같은 나의 레파토리를 다정히 들어줬다.


나 또한 어느 순간부터 일에 지나치게 힘을 주지 않았다. 인정을 받아야겠다는 욕심을 버린 것이다. 난 늘 팀에서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열등감이 있었다. 내 직무가 일반적이지는 않다 보니 관심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렇기에 늘 인정받고 싶었다. 옛 상사가 남긴 말도 한 몫 했다. 그녀는 내가 스스로가 한 일을 잘 어필하지 못한다고 했다. 과감히 욕심을 버린 이후부터 모든게 편해졌다. 특출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해보자. 회사와 동료보다는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자. 당연한 평균의 사람이 되고싶었다.


다행히 자기암시는 통했다. 마음은 눈에 띄게 편해졌고 잠자는 시간도 예전보다 늘었다.무엇보다 다행인 점이 있다.


비로소 나는 다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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