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하던대로 쓰기로 했다
거의 세 달간 글쓰기를 잠시 쉬었던 건 모종의 이유가 있었다.
글을 쓸 만큼의 심신의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그건 내가 봐도 핑계고
실은 내 글의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 때문이었다.
약속도 없고 (할 일은 많지만) 의욕 없는 어떤 주말, 침대에 누워 내 글을 훑는데
피드의 글들이 온통 내 스스로에 대한 얘기 뿐이었다. 그냥 내 얘기면 그나마 나았다.
내 심연에 깊게 자리한 우울함, 자격지심과 분노가 내 글 여기저기에 뭍어 있었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이렇게 구질구질해도 되나? 이렇게 내 얘기만 써도 되나? 개인정보를 이렇게 인터넷에 막 흘려도 되나?
내 얘기를 일단 멈춰보자. 그리고 어떤 콘텐츠로 내 피드를 채워야 할 지 고민하다 그렇게 세 달이 흘렀다. 다시 내 얘기를 쓰기로 마음을 바꿔 먹은 건 이승희 작가의 「별게 다 영감」을 읽던 중이었다.
작가도 아마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나 보다. 너무 힘든 사적인 이야기는 글로 쓰기 어렵다는
작가의 고민. 작가의 고민에 달린 누군가의 댓글에 나까지 마음이 편해졌다.
"자신의 사무친 기억"을 언젠가는 글로 풀어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 그것도 사적인 글쓰기가 아닌 공적인 글쓰기로.
어쩌면 나는 해묵은 과거를 털어내기 위해 그렇게 글에 내 어두움을 담아내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그 기억들을 털어내왔는지도. 어쩌다 찾아온 브런치 글쓰기의 딜레마, 그냥 내가 하던대로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