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사랑한다는 것

by 살랑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차분한 목소리에 언뜻 당혹감이 비쳤다. 직장이 멀어진 탓에 퇴근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에도 그는 늘 차 안이었다. 규칙적으로 숨을 내뱉는 것을 보니 유일한 유흥거리인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의 당혹감에 악의가 없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보였다. 그에게 낯선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스물여덟에 만나 벌써 서른둘이 된 여자친구는 크고 작은 일로 늘 우울해했고 똘똘 뭉쳐 응어리진 감정들은 눈물로 곧잘 발현되곤 했다.


삶의 나락 끝까지 끌려가 버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그가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 못할 것이 분명했다. 네 번의 여름을 함께 보내는 동안 난 단 한 번도 그의 눈물은 본 적이 없었다. 큰 소리로 화를 내는 것도, 욕을 하는 것도. 미안하지만 가끔은 사이보그 같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렇게 다를 수 있나. MBTI가 아무리 모두 반대라고 하지만 가끔은 답답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전화를 하는데, 늘 내가 울 때는 그가 함께 했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랐다. 첫 회사를 무작정 퇴사한 날 길거리에서 울며 방황하던 내게 주저 없이 만나자는 말을 건넸던 것도, 연봉이 동결된 소식을 들은 날 어린애처럼 목놓아 우는 날 달래준 것도 그였다. 내 인생의 최악이었던 순간들의 뒤에는 늘 그가 있었다.


늘 표현이 부족하다 타박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나는 왜 몰랐을까, 다름을 인정하고 감싸는 것 또한 사랑의 한 종류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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