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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 Feb 11. 2020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을 낚는 보이스피싱

이제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다!

  보이스 피싱 수법이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던 때는 지금처럼 인터넷 뱅킹이 상용화되지 않았던 때였다. 판단력이 비교적 흐린 노인층을 비롯해 주부, 대학생 등 사실상 모든 연령층이 피해자가 되어 연일 억울함을 언론에 호소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초기의 보이스피싱은 2020년이 된 지금에는 먹히지도 않을 만큼 원초적이고 1차원적인 것이었다.


  그들은 어눌한 말투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전화를 걸어 본인을 검찰청의 수사관이라고 소개하며 전화를 받고 있는 이가 금융사건의 피해자가 되었음을 알린다. 그리고 겁에 질려있는 피해자를 은행 ATM기로 유인하며 송금을 유도하여 현금을 빼돌린다. 사실 글로 옮기면 누가 당할까 싶겠지만 피해자는 그 상황에 닥치면 무언가에 홀린 듯이 송금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피해자를 전화로 겁박하며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어 순식간에 재산을 절도했던 보이스피싱 일당의 이러한 이야기는 종종 인터넷에 유머로 등장하기도 한다. '네 아들을 데리고 있다'며 납치범 흉내에 혼신을 다하는 보이스피싱 가해자를 제발 데려가라며 비아냥대는 어머니의 일화부터 한국말이 어눌한 가해자들의 목소리를 녹음한 녹음본들이 인터넷에 아직도 떠도는 것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보이스피싱이 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보이스피싱 일당의 대담함과 치밀함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선불 유심 매매는
 하지 마라


  휴대폰을 개통하는 유심칩은 선불과 후불의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 후불 유심은 흔히 우리가 통신 3사나 공인된 알뜰폰에서 발급받을 수 있으며 한 달 동안 사용한 요금제를 추후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선불 유심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매번 금액을 쓸 만큼 충전한 후 사용하며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선불 유심이 음지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음지라 함은 보이스피싱, 인터넷 도박에 사용됨을 뜻한다.

선불 유심은 1인당 신용도에 따라 약 10개 정도를 무리 없이 발급할 수 있어 금전적으로 여유 없는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을 현혹하기 딱 좋은 대상이다.


   업체는 신용이 좋지 않은 사람이나 외국인을 위해 쓰인다며 걱정 말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유심을 넘기고 유심 1개당 2만 원의 대가를 받는 순간 명의대여와 본인의 명의를 매매하여 이익을 취한 불법을 저지르게 된다. 만약 업체가 판매한 유심이 범죄에 사용되었다면? 당신은 경찰서에서 적극적으로 본인의 무죄를 소명해야 한다. 그리고 범죄자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소명하여도 대한민국에서 불법인 명의대여에 관한 처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취업카페와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성행하는 인출책 사기


  2020년, 대한민국은 살인적인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학생들과 구직자들이 매번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드는 사이트는 누가 뭐래도 취업 카페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이다. 필자 또한 하루에 틈틈이 해당 사이트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는 편이고,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꿀알바'는 한 번씩 지원해보는 편이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심상치 않은 공고가 올라오곤 했다. '일당 15만 원, 인터넷 쇼핑몰 오픈마켓 아르바이트생 구함, 문의는 카카오톡 ID로...' 누구나 한 번쯤 혹할 수 있는 구인정보다. 아무리 최저시급이 9000원을 향해 가고 있다고 해도 일당 15만 원이라니. 기본적으로 사무직의 경우 단기 아르바이트 기준으로 8만 원 정도면 높은 편에 속한다.


외국계의 경우 간혹 긴급하게 사람을 구할 경우 10만 원 정도도 부르기는 하는데 15만 원은 정말 파격적인 일당이다. 카카오톡 아이디로 연락한 당신에게 그들은 사탕처럼 달콤한 말을 건넬 것이다. 오픈마켓의 관리를 하며 본인의 통장에 입금된 돈을 다른 계좌로 보내기만 하면 일당이 지급될 것이라고 말이다. 아마 당장의 급전에 혹했던 당신은 본인의 계좌로 입금된 금액을 의심 없이 다른 계좌로 송금할지 모른다. 그리고 바로 당신의 계좌는 거래정지될 것이며 경찰의 수사대상에 오르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대리 송금의 경우 초범이라 하더라도 실형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단순한 명의대여가 아닌 보이스피싱의 범죄행위를 직접적으로 도왔기 때문에 형사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더라도 무죄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변호사 선임비는 기본적으로 몇백만 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15만 원 때문에 마음고생과 더불어 주머니까지 가벼워지는 결과를 초래할  있다.



  이러한 눈에 뻔히 보이는 사기행각을 보면 화가 나기도 하지만 먼저 마음이 아프다. 100명 중 1명은 분명히 이러한 무차별적인 사기의 희생양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막 사회의 첫걸음을 시작할 사회초년생이 사회에 대한 불신을 가질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피해는 없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을 사이버수사대에 직접 신고한 적이 있다. 담당 경찰관에게 연결되었지만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들 일당의 카페글 업로드나 구인구직 사이트 공고는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말은 이런데 사용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마 구인구직 사이트의 대처는 남달랐다. 24시간 모니터링 제도를 통해 허위 업소와 가짜 공고를 가려내고 차단하고 있었으며 비교적 피해가

잘 차단되고 있는 것 같았다.


  항상 마음에 새기는 말이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아르바이트를 통해서도 느끼는 거지만 늘 노동강도만큼의 시급과 일당이 책정되고 모두가 원하는 '꿀알바'를 찾아서 일한다 한들 눈치를 보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가장 큰 잘못은 속는 

우리가 아니라 속이는 그들이다.

보이스피싱과의 피 튀기는 전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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