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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 Feb 07. 2020

8282, 코리아!

더 빠르게, 대한민국

  대한민국에 처음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 되던 때를

나는 기억한다. 사실 나는 스스로가 그런것를 기억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 USB가 아닌 플로피 디스켓에 자료를 저장하던 시대를, 벅스 뮤직과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무료였던 시대를 안다고 인정하기가 달갑지 않은 것이다. 나는... 언제나 젊은이이고 싶다. 이런 모습을 보면 스스로가 아직 철들려면 멀었다는 생각을 한다.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신화의 에릭이 등장해 신드롬을 일으킨 '매가패스' 광고는 화려하게 초고속 인터넷 시대의 시작을 알렸더랬다. 이후 LTE가 등장하고최근 5G가 등장하면서 대한민국의 통신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통신기술 뿐인가. 빠른 나라, 빠른 민족. 최단 시간에 산업화를 이뤄낸 특유의 부지런함과 신속함으로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업무 처리로도 유명하다. 특히 공공분야에서 한국인의 빨리빨리는 빛을 발하는데, 국내의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해외생활의 어려움 중에서 한국과는 다른 느린 업무처리를 토로하는 유학생이나 교민의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 또한 빠른 대한민국을 만든 수많은 장본인 중의

하나이다.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을 견디지 못해 계단을 이용하고, 인터넷이 버벅거리면 강제 부팅을 서슴치 않아왔다. 가장 큰 고통은 신호가 길기로 유명한 집 앞 횡단보도 앞에서 대기를 하는 것이다.


  그랬던 내가 자이성찰을 하게 된 계기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통해서였다. 나의 임무는 국내의 한 유명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자사의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것이었다. 정말 놀랍게도, 앱스토어에서 어플을 다운받는 그 짧은 시간과 다른 사람의 순서를 기다리는 그 찰나를 견디지 못하는 고객이 참 많았다.


  물론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백화점의 특성상 컴플레인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잠깐을 견디지 못해 얼굴을 찡그리고 화를 내는 고객들을 보며 나의 과거를 다시금 반성해야 했다.


  몇년 전, 우연히 보았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물 위에서는 우아해 보이는 백조가 사실은 수면 아래서 끊임없이 물장구를 쳐야 물 위에서 떠다닐 수 있다는 거였다.


   빠르고 쾌적한 대한민국. 겉으로 보기에는 참 좋아 보인다. 하지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남보다 더 '빨리'를 외치는 경쟁사회 속에서 우리 중 다수는 여유를 잃었고 느림의 미학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2020년,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되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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