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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 Nov 21. 2019

음악을 들으면 난 네가 떠올라

2019년 3월 7일의 기록



   겨우내 큰맘먹고 구입했던 핸드메이드 코트를 벗어던졌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보풀이 일어나 헌옷과 다름없다.


  사람의 심리는 참 이상하다. 어째서 하루 이틀 참아도 되는 걸 추위에 떨면서 얇은 옷을 꺼내 입으려고 하는 건지... 코트를 옷장 깊은 곳에 집어넣은 후, 한껏 밝고 경쾌한 색상의 얇은 니트를 꺼내입었다.

  인간에게는 봄을 맞이하는 본능적인 촉수라도 있는걸까.  날씨가 완전히 봄은 아닌데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기분이 이렇게 묘해질때면 나는, 노래를 듣는다.

  마음이 알 수 없이 찡해지는 노래 몇 곡이 있다. 이상하게 그 노래를 들으면 견딜 수 없이 슬퍼지기도 하고 묘하게 설레기도 하고 기분이 들뜨기도 한다. 파란 하늘이 떠오르는 노래가 있고, 그리고 네가 떠오르는 노래가 있지.

  첫 만남에 어색함을 깨기 위해 들어간 코인 노래방 안에서 니가 선택한 곡은 박재범의 '몸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고 빵터지고 진짜 이상한 선곡인데 나는 너랑 연락하지 않게 된 이후에도 니가 생각나면 그 야릇하고 저급스럽기까지 한 노래를 들으면서 니 생각을 하고는 했다.

  요즘 넌 뭘하고 지낼까. 처음 만날 때 스물여덟이었고 지금 서른이 된 너는, 아직도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공기중에서 부유하는 삶을 살까.

  한달 전, 마지막으로 널 카페에서 만났을 때 내게 했던 말처럼 낯선 나라로 떠나기 위해 준비중일까

​  니가 입은 라이더 자켓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난 니가 쓰던 향수를 사서 쓰고 있지! 사랑이란 감정은 떠났지만 잔해는 남아서 내 주위를 떠돌고 있단다 참 웃기게도, 나는 아직도 음악을 들으면 네 얼굴이 먼저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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