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잘 안풀릴 때가 있다. 초년운이 안좋은 편이라 그런지 일이 꼬여가면 잔뜩 긴장하게 된다. 이번 초여름이 그랬다. 더웠고 짜증났고 돈이 술술 빠져나갔고 엄마는 자주 아팠고 장기연애가 끝났다. 내가 세상에서 어쩌면 부모만큼 사랑한 남자는 이제 남이다. 사실 지극히 평범한 불행이다. 노멀하고 상투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언급했듯 초년운이 좋지 않은 편이다. 불행은 한번 스며들면 종이에 스며드는 잉크처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나는 필사적이 되었다. 특히나 일상이 흔들려서는 안됐다. 병적으로 집안이 흐트러지지 않게 청소를 했다. 살이 찌지 않기 위해 식이를 엄격히 제한했다. 집에 있으면 잡생각이 나 일부러 스터디카페에 가 책을 읽었다. 슬픈데 또 회사일은 많았다. 다달이 들어오는 월급은 달고 단 지라, 직장인의 숙명이다 싶어 울면서 일을 했다. 돈도 없으면서 덜컥 20회 PT를 끊었다. 물론 잘했다 싶긴 하지만 여행을 세 번이나 다녀온 지 얼마나 됐다고... 엄마는 내가 아직도 운동가는 줄 모른다. 엄마한테 숨기면 잘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도 오두방정을 떨고 있지만 그래도 확신하게 된 것은 하나 있다. 바로 나는 나 스스로를 믿는다는 것.
그리고 큰 불행을 겪었던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
나는 더 이상 경력이 조각난 중고신입이 아니고 전재산이 팔천원도 아니라는 것이 웃기지만 위안이 된다.
일이 잘 안풀릴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기에 이번 고비도 지나갈 것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