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코를 훌쩍이며 글을 쓰고 있다. 올해 가을부터 벌써 세 번째 감기다. 원인은 잘 모르겠다. 꼬박꼬박 먹던 영양제를 잠시 끊어서일까. 회식이며 모임이며 지난주 외부 일정이 유독 많아서였을까. 기나긴 재택근무를 끝내고 지하철로 매일 출퇴근을 하게 돼서 일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가 됐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채로 2024년의 마지막 날을 보내게 되어 아쉽다.
이마는 뜨끈하고 정신은 다소 몽롱하지만 할 일은 해야 한다. 방을 청소하고, 내일 버릴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택배도 들여놓는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내년의 나를 비롯한 내 주변인들이 느낄 고통의 크기도 딱 감기 정도의 아픔이었으면 좋겠다고.
일 년에 두세 번은 결코 피할 수 없고 며칠간은 지독히 아플 테지만 머지않아 회복된다는 것을 알기에 안심할 수 있는. 비타민이나 주사 따위로 막으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찰나의 열병과 같았으면. 살다 보면 아프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견딜 수 있는 더도 덜도 말고 감기만큼의 아픔만 주어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