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요즘 우리 팀에는 웃픈 유행어 하나가 생겼다. 이름하야 '잡도리 time'.
잡도리가 정확히 뭐였지? 사전에 검색하니 '아주 요란스럽게 닦달하거나 족치는 일'이란다.
가끔 억울하다. 이직 10개월 차, 처음에는 내가 기지개만 켜도 칭찬해 주던 대표님이 (말이 그렇다는 거다) 나를 회의시간마다 팩폭 하며 코너에 몬다. 본인은 카이스트 나왔으면서 문과 수포자인 나를 숫자로 깔 때마다 이건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밀접하게 일을 하며 부딪히는 일도 늘었다. 난 분명 거래처와의 미팅을 대면이 아닌 화상이라 5번 넘게 말했는데 본인은 대면미팅이라 들었다며 우겼을 때 솔직히 엄마에게 하듯 짜증을 냈다.
그러다가도 팀원들이 감기에 걸린 다음날이면 (내가 옮겼다) 대표님이 각자의 자리에 놓아둔 콜대원에 마음이
짠해지고. 잡도리 time에 누군가 눈물이라도 비치는 날이면 다음날 꼭 팀원들에게 맛있는 점심을 사 먹이는 대표님을 보면 어른은 그리고 대표라는 직책은 결코 쉽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육아휴직 가신 팀장님 대신 임시 팀장님이 되신 대표님. 일개 대리가 회사 대표의 피드백을 신랄하게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겠어. 운이 좋다고 생각하자.
이야기 둘
고등학교 친구가 미국에 갔다. 이제 만삭이 얼마 남지 않은 친구는 지구 반대편에서 애도 낳게 됐다. 딱딱한 배를 조물조물 만져보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모임의 총무이면서 늘 중심을 잡아주는 친구였는데
1년이 넘는 부재가 생각보다 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친구는 지가 미국에 가는 게 우리한테 밥을 살 일이 아닌데 멋진 레스토랑에서 밥에 커피까지 쏘고 그렇게 떠났다. 친구가 떠난 LA로 비행기표를 끊을 결심을 하다가, 인생 평생을 그녀의 덕을 일방적으로 보고 산 것은 아닌지 그럼에도 그녀는 나에게 단 한 번이라도 공치사를 한 적이 있는지를 떠올리다가 난 운이 정말 좋은가보다 확신하기 시작했다.
이야기 셋
오래 만난 남자친구의 카카오톡 프로필에서 내 흔적이 모두 지워졌다. 누가 봐도 이성이 찍어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바꾼 그의 프로필을 보는데 심장이 발밑까지 쿵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헤어진 지 1년이 넘었는데 퇴근길 지하철에서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 쉴 새 없이 코를 먹었다.
사실 정말 찌질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그의 번호를 검색해 카카오톡 프로필이 혹시 바뀌지 않았는지 염탐해 왔고 나의 흔적이 남아있으면 안심했다. 언젠가는 겪었어야 할 일이다. 그나마 이제 다시 그의 프로필을 검색할 일은 없겠지.
이제는 진짜 보내줄게. 고마워. 너를 만난 건 내 인생에 큰 행운 중에 하나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