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를 모른다

by 살랑

요즘 몸이 마치 끈끈한 시럽 같다. 끈적거리고 무겁고 축축 처진다. 오늘은 그나마 저녁쯤 되자 시원한 바람이 간간히 불었다. 그 미세한 바람 한 줄기를 위안 삼으며 오늘도 갔다, 세 번째 심리 상담을.


30대 중반이 돼서 좋은 점은 무엇보다 나를 잘 알게 된다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걸 잘 알고 어떤 부분에 긁히는지는 더 잘 알고.


오늘은 MMPI라고 불리는 다면적 인성검사 결과지를 주제로 상담을 진행했다. 나는 스스로를 참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몇 장의 그래프로 가득한 종이 속에는 나도 모르는 내가 참 많았다.


나는 오랫동안 우울해서 우울의 역치가 높은 사람이라 했다. 내게는 잔잔한 우울이 남에게는 그 정도가 높다고 이해하면 될까. 타인에게 스스로를 거침없이 드러내지만 정작 사람의 마음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편집증의 성향이 있다고.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지는 정도가 잦다고 했다. 그건 저도 알아요라고 말하려다 그만뒀다. 사실 그런 나를 컨트롤하느라 꽤나 애를 쓴다는 것도.


지하철 손잡이에 몸을 대롱대롱 매단 채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가 아는 나는 극히 일부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했다. 나도 모르는 나를 찾는 순간 긴 우울의 터널은 끝이 날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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