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Y Dec 28. 2022

부스트캠프 웹·모바일 7기를 마무리하며

지난 16일 부스트캠프 웹·모바일 7기 수료식이 있었다. 5개월 간의 여정이 마무리되는 날이었다.

운영진으로서 캠퍼들의 성장을 함께 해온 나였지만 사실 당일에는 이 마무리가 크게 실감 나지 않았다. 매일매일 지속되던 일상이 사라짐을 느끼려면 시간이 필요했던 거 같다.

오늘에야 그 마무리가 실감이 나, 내가 느낀 점을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1. “왜?”에 대한 올바른 고찰은 중요하구나


부스트캠프 과정은 쉽지 않다. 많은 캠퍼들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때문에 이 과정 중에 지치고 좌절하는 순간들이 분명히 온다. 좌절의 순간을 시간이 해결해주는 경우도 있고, 동료들과 함께하며 이를 해결해 나가기도 한다. 지난 5개월 좌절하고, 이겨내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나간 캠퍼들을 지켜보았다. 캠퍼마다 속도와 방법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그들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왜?”에 대한 올바른 고찰이다.


누군가는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가?”라는 생각에 갇혀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탓하고 타인을 탓하는 반면,

누군가는 “왜 이 활동을 하는가?”에 대해 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찾고, 그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조정해 본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는 성장해 있고, 개발자로서 자신에게 맞는 성장 및 동기부여 방법을 알아차리게 된다.


캠퍼들의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며 학부에서 글로만 배웠던 귀인이론을 눈앞에서 지켜본 기분이었다.

Bernard Weiner의 귀인이론은 사람들이 성공과 실패를 어디에 귀인하며, 그에 따라 개인의 성취 수준과 행동 및 정서와 어떠한 관계를 가지는가를 밝히려는 데 초점을 맞춘 인지주의적 학습동기이론이다. 즉, 성공이나 실패의 원인을 찾으려고 하고 그 원인을 무엇으로 귀인 하느냐에 따라 후속 행동과 정서적 반응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것이다.

(출처 : http://replay.re.kr/xe/ra_02/9636)


Weiner에 따르면 귀인을 내재적이고 통제가능한 요소(대표적으로 노력)에서 찾을수록 학습동기가 증진된다고 하는데, 실제로도 그렇다는 것을 지난 5개월 간 느낄 수 있었다.


2. 심리적 안전감을 주고 싶다.


캠퍼들 스스로 깊게 고찰하며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캠퍼들이 부스트캠프라는 커뮤니티 안에서 심리적 안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스트캠프에서는 무엇을 해도 안전하다고 느껴야 충분히 고민하고, 무엇이든 도전하고 또 실패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도전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작은 목표가 있었다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과정이었지만 캠퍼들이 홀로 있다고 느끼지 않기를, 주변에 나를 믿고 또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고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막상 업무가 바빠, 캠퍼들의 주간학습피드백을 읽고도 바로바로 대응하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고, 지금 이 타이밍에 도움을 주어야 하는 타이밍인지 스스로 해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타이밍인지도 판단하기 쉽지 않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실제로 캠퍼들에게 그런 존재였는지, 캠퍼들이 충분한 심리적 안전감을 느꼈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ㅎㅎ


감사한 것이 있다면 이런 고민을 늘 함께 나눌 팀원들이 있었고, 운영진으로 우리의 역할이 캠퍼들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주는 것이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내년에는 조금 더 안전한, 즐겁게 도전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한다.


3. 나도 캠퍼들을 통해 자극을 받고 작은 도전을 했다.


대학원에 가기로 결심했을 때 졸업 전에 빅데이터분석기사 자격증을 꼭 따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막상 이 시험이 쉽지가 않았다. 운이 좋게 필기는 바로 붙었는데, 실기는 말 그대로 광탈이었다 ㅎㅎ. 나도 처음에는 원인을 상황에서 찾았다. “아니 21세기에 무슨 코딩을 외워서 한단 말인가? 아니 무슨 문제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Linear Regression, Logistic Regression, Random Forest 등 이 수많은 코드를, 라이브러리를 다 외우는 게 말이 되나? 이건 시대에 맞지 않는 시험이다!!!!!”라고 생각하며 시험을 탓했다.


그리고 두 번째 시험은 신청해두고 당일 아침에 그냥 보러 가지 않았다. 어차피 안될 걸 뭐 하러 보러 가나 추운데 잠이나 자야지 생각하며 포기했었다.

세 번째 시험은 신청은 했지만 또 준비를 하지 않았다. 이때까지도 계속 나는 “왜?”에 대해 올바르게 고찰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12월 3일 네 번째 시험을 보러 갔다. 필기 이후 실기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시험이었다. 만약 또 떨어진다면 필기부터 다시 봐야 했다. 사실 계속 나 스스로를 의심했고,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준비는 했지만 자신이 없었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12월 3일 새벽에 월드컵 포르투갈전이 있었다. 시험을 보러 가야 해서 자야 했지만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축구를 봤다ㅎㅎ 떨어지면 원인을 축구에서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경기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그러고 나서 문득 내가 캠퍼들에게 하는 잔소리(?)가 떠올랐다. 나는 캠퍼들에게 그렇게 포기하지 말라고, 끝까지 하라고 잔소리하는데 내가 이러면 안 되는 것이 아닌가! 더욱이 우리 캠퍼들은 매일 이런 순간 속에도 포기하지 않고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도 여기서 포기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든 안되든 해봐야겠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지 않겠는가?


그렇게 밤늦게까지 코드를 짜고 아침에 시험을 보러 갔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나왔지만 3시간을 끝까지 채워 다 풀고 나왔다. 후련했다. 떨어져도 미련이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진짜 최선을 다했으니까 ㅎㅎ 그렇게 후련한 마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시험에 붙었다 ㅎㅎ 부스트캠프 덕에, 캠퍼들 덕에 나 역시 작은 성장을 이루었다.

불합격과 미응시의 향연
조금 부끄러우니 점수는 가려본다.


나는 이런 작은 도전과 성장에도 기쁜데, 더욱 큰 도전과 성장을 경험 캠퍼들은 지금 어떤 마음일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너무나 추운 올해 겨울처럼 채용시장도 참으로 매섭지만 나는 진심으로 캠퍼들이 잘 해내리라 믿는다. 지난 5개월을 잘 지내온 이들이기에.

수료식에서 덧붙였던 거처럼 늘 그들은 응원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더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는 날을 기다리며, 부스트캠프 웹·모바일 7기를 마무리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테오의 스프린트 17기 퍼실리테이터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