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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 May 03. 2024

테오의 스프린트 17기 퍼실리테이터 후기

2023년 12월, 테오와 만날 기회가 있었다. 사실 이 전부터 테오 그리고 테오의 스프린트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테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실제 스프린트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테오의 스프린트 17기 퍼실리테이터 저도 할 수 있나요?


그러던 지난 2월 테오가 17기는 퍼실리테이터 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라는 글을 남겼다. 기존에 테오 + 자원하는 스태프 2-3명 위주로 운영되던 스프린트였는데, 17기는 퍼실리테이터 체제로 운영하며 퍼실리테이터들이 테오의 역할을 담당하는 형태였다. 평소 궁금함은 많아도 실행까지는 잘 이어지지 않는 나인데 그날은 테오에게 메신저를 보내서 나도 해볼 수 있는지 바로 물었다.


그즈음 사실 커리어적으로 고민이 많았다. 두 번째 직장에서의 3년 차를 지내며, 3년 전과 나는 얼마나 다른지 불안했다. 새롭게 맡아서 해보고 있는 캠퍼(교육생)의 성장을 관찰하고 캠퍼도 자신의 성장을 체감하도록 돕는 일은 정말이지 내가 꼭 하고 싶은, 해내고 싶은 일이지만 도저히 방법을 모르겠어서 자괴감도 들었다. 업무 리서치 과정에서 더 이상 배우려 하지 않는 개발자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나 역시 expert beginner는 아닐지, 전문성이 깊이가 아닌 스킬만이 늘어가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도 했다. 더욱이 첫 직장에서 이런 생각으로 3년 차를 마무리하고 퇴사했던 전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그 답을 스스로 찾아내고 해내는 경험까지 가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혼란한 시기를 겪고 있어서인지, 평소의 나와는 다르게 행동까지 이어졌고, 3월 8일 퍼실리테이터 첫 만남을 가졌다. 그때 내가 이 경험을 통해 얻고 싶었던 것은 ‘부캠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협업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였던 것 같다. 이것을 관찰하며 내가 지금 막혀 있는 업무에 대한 답을 찾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퍼실리테이터에 지원한 나의 이유

네?! 기획부터 하는 거였나요?


내가 예상했던 투입 리소스는 17기 운영정도였다. 2번 정도의 회의와 스프린트 운영? ㅎㅎ 퍼실리테이터 체제로 진행하긴 하지만 그래도 무려 16 기수나 운영되어 온 테오의 스프린트이니 운영의 리소스 정도만 어떻게 분배할지 이야기 나누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ㅋㅋㅋㅋ 첫 미팅에서 갑작스레 테오가 “제가 빠질 테니 여러분끼리 이야기 나눠보실래요?”라고 말했고 갑자기 나에게는 MC의 역할이 주어졌고 그렇게 멘붕 속 첫 미팅은 2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퍼실리테이터로서 재미와 효용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 역시 '기획부터 참여하여 내가 그리던 모습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보아야 한다.'였고 "오 기획부터 하면 오히려 좋지 않아요? 더 재밌잖아요?"라고 말하는 우리 팀 Lucy님(부캠 운영진)의 이야기를 듣고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차즘 재미를 붙여갔다.


그렇게 퍼실리테이터의 스프린트 회의는 이후로 한 달간 약 5번 정도 더 진행되었고, 매번 2-3시간 가까운 회의를 진행하며 테오 없는 테오스프린트에서 퍼실레이터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정의하고 하나씩 실행해나갔다. 본업이 있는 9명이 서로의 생각을 맞추고 기한 내 완성도 있는 스프린트를 운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예상이 될 테지만 이런 예상이 무색하게 일은 착착 진행되어 갔다.

피그잼의 기록들

퍼실리테이터로써 17기를 준비하며 놀라웠던 순간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스프린트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to do를 리스트업 한 이후에 자연스럽게 팀을 나누고 팀장을 정하는 것으로 흘러갔던 것이다. 실제 테오의 스프린트에서도 의사결정권자를 정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퍼실리테이터 모두가 자연스럽게 그 지점을 떠올리고 적절한 팀을 나누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모집 등 스프린트 이전 단계를 준비하는 운영팀, 스프린트의 기획과 콘텐츠를 담당하는 스프린트팀, 스프린트 내에서 그리고 스프린트 이후에 더 좋은 협업 경험을 위해 필요한 것을 고민하고 만드는 스프린트 외 기획팀,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위해 필요한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디자인팀으로 나뉘어 퍼실리테이터들은 본인이 원하는 팀에게 합류하여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템플릿이 있거나, 누군가 팀을 나눠야 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음에도 “협업을 잘하기 위해 지금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 생각에 모두가 공감하고 팀이 나뉘는 모습은 다시 떠올려도 짜릿한 순간이다.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지점은 모두의 실행력이었다. 회고 때도 썼지만 인원이 9명이나 되는 팀플을 하다 보면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순간이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사공이 9명이나 되어 더 빠르게 나아가는 배였달까? 팀이 최선의 의사결정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환경이었고 팀 내에서는 데드라인에 맞춰해야 할 일들이 정하여 서로가 서로의 일정을 관리했다. 팀장이 결정하였지만, 팀장이 부재한 순간에는 다른 사람이 그 의사결정을 빠르게 대체하고 공유했다. 사실 이 의사결정을 대체하는 지점이 가장 놀라웠는데, 통상 회사에서도 팀플에서도 결정이 어려워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퍼실리테이터들은 모두가 결정에 확신이 있어 보였고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맞는 방향으로 빠르게 결정되었다. 퍼실레이터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 명확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테오가 첫 만남에서 무언가를 정해주지 않고 퍼실리테이터끼리 이야기 나누고 헤쳐나가길 요청했던 것일까 싶었다. 알고 보니 큰 그림을 이미 그리고 있었던 테오..

찐으로 진심이었던 나의 회고


그리고 무엇보다 다들 서로에게 친절했다. 퇴근 이후 2-3시간의 미팅에 지치기도, 누군가의 바쁜 협업을 대신하여 내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순간에 짜증이 나기도 했을 텐데 늘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모습이 좋았다. 내가 이만큼 하면 너 역시 이만큼 해야 한다는 계산적 태도가 많은, 또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많은 요즘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 어떤 태도가 우리에게 필요한지 몸소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그 외에도 느낀 게 참 많다. 더 좋은 스프린트를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검토하고 수많은 계정을 만들어 테스트하는 부지런함. 스프린트를 운영하며 다음기수를 고려해서 개선 사항 기록을 잊지 않는 꼼꼼함. 지치는 준비 과정 속에서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유쾌함. 퍼실리테이터 굿즈까지 만들며 추억을 남기는 따스움까지. 정말 배운 게 많은 한 달이었다.


17기를 운영하며 느낀 점


준비 과정이 이렇게 알찼으니 17기 실제 운영은 당연히 무탈하게 진행되었다. 퍼실리테이터 체제로 운영되면서 담당하는 조도 생겼는데 덕분에 1,2조의 스프린트를 연결성 있게 지켜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사실 부스트캠프에서는 워낙 캠퍼가 많아서 한 조의 진행상황을 a to z로 관찰하기 어려운데 이번 기회에 그걸 해볼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


어색하게 서로의 호칭을 부르고, 실수로 ~님이라고 부를 때면 깜짝 놀라며 "죄송해요!"를 외치던 그들이 어느새 친해져서 다양한 짤을 남기며 드립을 치는 모습, 늦은 밤 회의에 지치다가도 기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다시 깊이 있게 대화하는 모습 등 흥미로운 지점이 많았지만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누구나 길을 잃고 또 누구나 이 속에서 길을 찾아서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다. 부스트캠프에서도 캠퍼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있다.”인데 스스로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정말 흥미로웠다.


테오의 스프린트에서는 꼼꼼한 템플릿이 주어져서 이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산과 수렴이 이루어진다. 다만 발산하는 과정에서 "아니, 우리 이렇게 발산만 해도 되는 거야?"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사실 나도 그랬다. 퍼실리테이터 회의 과정에서 이렇게 발산해도 되나 우리 빨리 수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어느새 그 다양한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수렴되어 모두가 당연스레 공감하는 단단한 하나의 방향성이 되었다.  "이게 맞나?" 싶어서 고민하고 있을 때, "잘하고 있는데! 지금 너무 잘하고 있는데!"라고 말하고 싶지만 꾹 참고 지켜보았다. 그러면 어느새 다들 스스로 답을 찾아서 다시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간다.


아 이런 경험을 해보기 위해 다들 테오의 스프린트에 오는 거구나를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17기의 10개 조 모두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었지만 1조, 2조와는 더 많은 시간을 보내서인지 유독 정이 가고 뿌듯하다 ㅎㅎ


17기 데모데이 결과는 아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https://kdomo.notion.site/Day-6-f1d05e32e67046a99c3b1c942b5754dd


스프린트의 힘!


17기를 준비하며 그리고 운영하며 느낀 것은 테오의 스프린트의 가장 큰 장점은 누구나 좋은 협업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6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그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 있어서 진입장벽이 낮은 것이 아주 큰 메리트라고 느껴졌다. 테오의 스프린트 피그잼을 보고 정말 놀랐었는데, 암묵지로 존재하는 협업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형식지로 만들어 낸 거 같았다. 그래서 피그잼으로 제공되는 이 템플릿과 MC만 있다면 누구나 테며들어서 어느새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 물론 템플릿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맥락과 다양한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테오 혹은 퍼실리테이터의 개입이 있을 때도 있지만 말이다 ㅎㅎ "협업을 글로 배웠어요."가 아니라 몸소 느끼며 배울 수 있게 만들어 내다니 정말 멋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교육은 내가 지금 뭘 하는지 이 순간에는 잘 모르지만 모든 것이 완료되었을 때 스스로 느끼는 지점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지점에서도 멋진 일이다.



그래서 나는 원하던 것을 얻었을까?


서두에 이야기했듯이, 많은 고민을 가지고 퍼실레이터에 자원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리소스를 쏟아야 함에 당황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 결론적으로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같은 목표이더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이다. 당연한 것인데, 그동안의 나는 "목표"보다도 "방법"에 매몰되어 있었던 거 같다.


테오의 스프린트를 하면서 부스트캠프와 무엇이 같고, 다른지를 많이 생각했다. 좋은 협업을 스스로 경험하며 깨우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추구하는 바는 동일하지만 사실 방식은 조금 다르다. 테오의 스프린트를 '스프린트'라는 방식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전달하되, 이 틀 안에서는 스스로 의사결정한다. 부스트캠프는 스프린트와 같은 방식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목표만을 제공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식도 스스로 찾도록 한다.


같은 목표를 지향하지만 방법이 다른 이유는 기간이 분명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부스트캠프는 5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있고, 테오의 스프린트는 6일이라는 짧은 시간이니까 말이다. 부캠에서는 멤버십에서만 2주간의 스프린트를 4번이나 하고, 그룹프로젝트는 6주간이나 진행하니 실패해도 다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도전할 기회가 있기에 부캠에서는 조금 더 야생에서 스스로 바닥에 부딪히며 협업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교육을 구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떤 순간에는 명확한 틀을 제공하고 그 안에서 자유를 누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지는 않을지, 또 기간이라는 전제 조건을 다르게 적용해 볼 필요는 없을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기회였다.


사실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모르겠다. 그러나 질문을 제대로 던져볼 수 있는 것부터가 답을 찾는 시작이라고 생각하기에, 테오의 스프린트 덕에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나아갈 수 있던 2024년 1분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사진까지 남길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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