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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 Mar 11. 2024

불안은 동기가 될 수 있을까?

채용이 꽁꽁 얼어붙은 요즘, 자주 눈에 띄는 광고가 있다.


바로 부트캠프 광고이다.

 

취업률 100% 보장, 00 기업 멘토의 1:1 상담, 물경력 극복 등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클릭하지 않을 수 없는 달콤한 수식어가 가득하다. 졸업시즌을 맞이하여 링크드인에 올라오는 이력서들만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이런 교육을 듣는지 알 수 있다. 최근에는 개발 영역에 그치지 않고, 기획자/ 디자이너 / PM 등 다양한 직무 교육으로 퍼져나가고 있기도 하고.


나 역시 교육업에 발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 많은 생각이 든다.


뒤늦게 적성을 찾은 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일까? 시작은 그러했을지 몰라도, 지금의 넘쳐나는 교육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진다. 누군가의 불안을 조장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안심하지 마! 세상이 이렇게나 빠르게 변하는데 가만히 있어도 괜찮겠어?라고 다소 협박하는 느낌이랄까..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공부를 경험하고 도전해 보는 시기가 필요할 텐데 너무 자극적인 정보들 속에서 그 본질이 흔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대학원이라는 선택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것이기도 하다.


그 시기쯤 나는 불안했다. “나에게 현재 전문성이 있는가 “, ”이렇게 5년 더 일하면 전문성이 생길까? “ 이 두 가지 질문 모두에 막연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데이터분석”이라는 역량에 관심이 생겼고, 빠르게 이 역량을 갖고 싶었다. 1년을 투입하면 이 역량을 가질 수 있다는 대학원 광고에 혹하여 대학원을 선택했다. 국비지원은커녕 몇천만에 달하는 학비도 “투자”라는 생각에 덜컥 학자금대출을 받았다.


변화가 없지는 않았다. 여전히 데이터를 활용하여 학습자의 경험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있고, 이걸 더 잘하고 싶다는 동기가 있으니까.


하지만 대학원이라는 선택이 유일한 방법이었을지는 의문이 든다. 불안을 조금만 내려놓고 더 넓게, 길게 봤다면 훨씬 더 많은 선택지가 나에게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더 장기 플랜으로 생각 했을 수도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다른 길을 찾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대학원 이후에 선택한 커리어에도 이런 맥락적 아쉬움이 담겨 있었던 거 같다. 나처럼 불안을 이유로 큰 결정을 하기 전에 탐색하고 알아볼 수 있는 질 좋은 콘텐츠가 있길, 또 그 방법을 경험하규 연습할 수 있기를 바랐다. 재단의 캐치프레이즈인 learn, grow, change도 그런 의미에서 참 와닿았다.


불안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김동률이 그의 콘서트에서 자신은 불안을 동력으로 성장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불안하기에 어쩌면 우리는 더 성장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효리의 말처럼 나의 불안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무리의 먹잇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불안이 한순간에 사라지거나, 나의 불안을 누군가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하지 말자. 나의 불안은 내가 잘 가져가야 할 동료이다. 그 불안과 대화하며 나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



다소 꼰대 같은 글을 마무리하며 나 스스로도 다짐을 한다.


교육 사업에 발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적어도 내가 만들고 운영하는 이 사업이 불안을 조장하는 교육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부스트캠프에서 5개월 간 충분히 실패도 하고 다시 도전도 하고 작은 성공도 경험할 수 있도록.

이 과정에서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수료 이후에도 스스로 지속할 수 있도록.

결론적으로 나의 마음속 소리를 듣고 불안을 내재적 동기로 승화하여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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