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와 전세 지나 오롯이 내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자연스레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고 가구나 조명도 새로 구매하고 집의 구조도 1년 새 세 번이나 바꾸었다.
크고 작은 변화는 세 번에 한 번 꼴로는 실패를 동반했다. 여기에 두면 딱 좋을 것이라 생각했던 장식장은 막상 그곳으로 옮겨보면 너무 정신이 없는 느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개나리 빛 노란색을 예상했던 러그는 형광빛이 도는 전혀 다른 노란색이기도 했다. 꼭 필요할 것이라 예상했던 주방용품은 막상 구매하니 불필요하고 부피도 커서 보관이 어려웠다.
이런 실패가 반복되면 무언갈 새롭게 도전하는 게 두려워진다. “또 실패할지도 모르는데,, 돈도 아깝고,, 그냥 이대로 살자”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곤 현상태 유지를 선택한다.
불편함을 참고 살다 문득 “이게 뭐 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세 번에 한 번 꼴의 실패면 나머지 두 번은 오히려 좋아진 게 아닌가? 세 번의 한 번꼴로 하던 실패를 네 번에 한 번, 다섯 번에 한 번 꼴로 줄어가며 점점 나의 삶에 맞는 집을 완성하면 되는데, 오히려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결심하다니. 처음부터 100%의 성공을 바라는 욕심은 나를 두 번의 성공보다는 한 번의 실패에 매몰되게 했다.
이 일련의 사건은 그동안 내가 미숙함과 실패를 견디지 못해 포기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이 생각은 거창하게 흘러 growth mindset에 이르렀다.
교육학에서는 growth mindset과 fixed mindset의 차이를 강조한다. 같은 상황이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다르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시험에서 문제를 틀렸을 때의 반응이다. growth mindset을 가진 사람은 틀린 문제를 배움의 기회로 받아들인다. 역량은 학습을 통해 변화, 발전하는 것이므로 무언가 틀렸다는 것은 곧 내가 모르는 것을 찾아낸 것이고, 이를 학습하고 다시 틀리지 않는다면 곧 나의 역량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fixed mindset을 가진 사람은 문제를 틀렸다는 것은 나의 무능력이 드러난 것으로 인지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들에게 역량이란 이미 결정된 것이고 시험에서의 오류는 그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fixed mindset을 가진 사람은 부끄럽고, 더 나아질 수 없다는 막연함에 스스로를 검증하고 도전하는 기회를 회피한다. 미숙함을 드러내느니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검증과 도전 없이는 나 스스로의 객관적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고 잘해야 현상태 유지 정도만 가능하다. 미숙함과 실패를 견디지 못하여 회피하는 게 결국 진정한 미숙함과 실패로 귀결되는 아이러니를 초래한다.
https://youtu.be/KUWn_TJTrnU?si=KzZlWqyEdetWvOjC
누구도 나를 평가하지도, 탓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을 나의 집 구조를 바꾸는 일에서도 실패에 매몰되어 절망하는 나는 그동안 내 삶에서 얼마나 많은 도전을 회피해 왔을까?
교육학에서는 삶은 배움의 연속이라 말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우리에게도 끝없는 배움이 필요하다. 고로 growth mindset은 학생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어쩌면 나의 삶을 스스로 가꾸어 나가야 할 지금의 우리에게 더욱 필요하다.
기억하자.
실패란 나의 무능이 아닌 내가 생각지 못한 새로운 성장의 기회이다. 누구나 처음은 미숙하다. 그 미숙함을 느껴야 능숙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인테리어에서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점점 나에게 맞는 집이 완성되듯, 인생도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내가 꿈꾸는 삶으로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