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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서윤 May 17. 2023

횡단보도

지금부터 시작!




여느 날과 같이 맞은편 신호를 기다리며 정면에 보이는 파리바게뜨, 다이소 건물을 공허히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기다림이 길어지는 것이 신호가 조금 전에 바뀌었었나 보다.

아, 맞은편에 엄마 손을 잡고 있는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무릎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모습이 꽤나 까불까불한 친구인 것 같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지긋이 관찰하고 있을 때 즈음 신호가 바뀌었다.

터벅터벅, 서두를 것도 없이 내 속도에 맞춰 건너고 있자

아니나 다를까 건너편 남자아이는 횡단보도에서도 폴짝폴짝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신나게 뜀박질을 한다.

왠지 아이의 속마음이 들리는 것도 같다.

‘흰색만 밟아야지!’

흰색 바닥을 넘어서면 마치 큰일이라도 생기는 것 마냥 한발 한발 신중한 뜀박질을 한다.

흐뭇하게 바라보며 도착한 맞은편에서 잠시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때는 모든 게 모험이었다.

소파 밑, 식탁 밑, 하수구 뚜껑, 횡단보도 등 주변의 모든 것을 관찰하며 속으로 주문을 걸었다.

‘이 소파 밑으로는 바다야, 쿠션을 던져서 밟고 건너야지!’

‘하수구 뚜껑을 밟으면 우주로 떨어질 수 있어!’

‘흰색 바닥만 밟고 가야 공룡한테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어!’

하고 말이다.

다음 횡단보도에서는 아까 그 아이처럼, 어린 시절의 나처럼 잠시 모험가가 되어 봐야겠다.

‘흰색 바닥만 밟고 간다면 행복을 맞이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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