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또 이렇게 걷는 걸 좋아해 줄까?”
[산책]
우린 걷는 걸 유난히 좋아했다.
늙어 연골이 다 녹아내릴 때까지
함께 걸을 줄 알았다.
이별마저 걸으며 하다니
정말 우리답다.
한강 다리를 다 건너면 헤어지기로 했고
우리는 그 약속에 따라
서로의 속도를 억지로 맞추는 중이었다.
가까운 듯 멀고
친한 듯 낯선 발걸음으로.
옆으로 자전거 탄 커플이 빠르게 지나갔다.
저런 걸 좋아했다면
우리는 훨씬 일찍 도착했고
아마 순식간에 헤어졌을 것이다.
느리게 걷는 걸 좋아해서
이별도 이렇게 천천히 오는 게
…다행인가?
다리 중간쯤에서 바람이 크게 불었다.
애인의 머리카락이 조금 흔들렸고
내 마음도 흔들리는 것 같았다.
흔들리는 머리칼 사이로 애이의 말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걷는 것도 마지막이네.
-그러게. 우리 진짜 많이 걸어다녔다.
-누가 또 이렇게 걷는 걸 좋아해 줄까?
-글쎄…
-나때문에 걸어준거 알아.
나는 별말을 하지 못했다.
말을 하면
어떤 감정이 같이 새어나갈까 두려웠다.
끝이 보일수록
애인의 발걸음이 더 느려졌다.
이별을 원한 건 애인이었는데
괜스레 내가 더 빨리 걸었다.
마지막 도로 앞에서
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끝이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대답이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평생 같이 걷겠다고 믿었던 두 사람이
한강 다리의 남쪽과 북쪽으로 헤어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