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산책_한강

“누가 또 이렇게 걷는 걸 좋아해 줄까?”

by 전초록


[산책]


우린 걷는 걸 유난히 좋아했다.

늙어 연골이 다 녹아내릴 때까지

함께 걸을 줄 알았다.


이별마저 걸으며 하다니

정말 우리답다.


한강 다리를 다 건너면 헤어지기로 했고

우리는 그 약속에 따라

서로의 속도를 억지로 맞추는 중이었다.

가까운 듯 멀고

친한 듯 낯선 발걸음으로.


옆으로 자전거 탄 커플이 빠르게 지나갔다.

저런 걸 좋아했다면

우리는 훨씬 일찍 도착했고

아마 순식간에 헤어졌을 것이다.

느리게 걷는 걸 좋아해서

이별도 이렇게 천천히 오는 게

…다행인가?


다리 중간쯤에서 바람이 크게 불었다.

애인의 머리카락이 조금 흔들렸고

내 마음도 흔들리는 것 같았다.


흔들리는 머리칼 사이로 애이의 말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걷는 것도 마지막이네.

-그러게. 우리 진짜 많이 걸어다녔다.

-누가 또 이렇게 걷는 걸 좋아해 줄까?

-글쎄…

-나때문에 걸어준거 알아.


나는 별말을 하지 못했다.

말을 하면

어떤 감정이 같이 새어나갈까 두려웠다.


끝이 보일수록

애인의 발걸음이 더 느려졌다.

이별을 원한 건 애인이었는데

괜스레 내가 더 빨리 걸었다.


마지막 도로 앞에서

네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끝이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대답이었다.


우리는 각자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평생 같이 걷겠다고 믿었던 두 사람이

한강 다리의 남쪽과 북쪽으로 헤어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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