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우울증이 갈수록 심해졌다.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배달음식만 시켜 먹었고,
현관 문은 늘 안쪽에서만 열렸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는데
문을 잠깐 열어둔 사이에
고양이가 휙 하고 나가버렸다.
그리고 멀리 달음질해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나가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나가야만 했다.
고양이를 찾아야 했으니까.
오랜만에 맞는 햇빛은
이상하게 폭력적이었다.
눈을 찌르고, 살을 핥는 것 같고,
숨 쉬는 것조차 불편했다.
나는 골목을 헤매며
고양이를 부르고 또 불렀다.
이 작은 동네에서
나는 금방 방향을 잃었다.
고양이가 사라진 건데
어쩐지 내가 더 길을 잃은 사람 같았다.
나는 집에서도 밖에서도
속하지 못한 자리에서
한참 서 있었다.
해가 숨고 어둠이 찾아오자
나는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너도 날 떠나고 싶었니?
집으로 돌아오자, 문은 열려있었고
고양이는 열린 문 앞에 앉아 있었다.
아주 나른한 자세로
꼬리를 천천히 흔들면서.
내가 다가가자
고양이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말하지 않아도 묻는 듯한 눈빛.
-밖은 어땠어?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고양이는 또 가출을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나를 위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