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고양이 가출_상암동

“나는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by 전초록


우울증이 갈수록 심해졌다.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배달음식만 시켜 먹었고,

현관 문은 늘 안쪽에서만 열렸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는데

문을 잠깐 열어둔 사이에

고양이가 휙 하고 나가버렸다.

그리고 멀리 달음질해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나가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나가야만 했다.

고양이를 찾아야 했으니까.


오랜만에 맞는 햇빛은

이상하게 폭력적이었다.

눈을 찌르고, 살을 핥는 것 같고,

숨 쉬는 것조차 불편했다.


나는 골목을 헤매며

고양이를 부르고 또 불렀다.

이 작은 동네에서

나는 금방 방향을 잃었다.


고양이가 사라진 건데

어쩐지 내가 더 길을 잃은 사람 같았다.

나는 집에서도 밖에서도

속하지 못한 자리에서

한참 서 있었다.


해가 숨고 어둠이 찾아오자

나는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너도 날 떠나고 싶었니?


집으로 돌아오자, 문은 열려있었고

고양이는 열린 문 앞에 앉아 있었다.

아주 나른한 자세로

꼬리를 천천히 흔들면서.


내가 다가가자

고양이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말하지 않아도 묻는 듯한 눈빛.


-밖은 어땠어?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고양이는 또 가출을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도

나를 위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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