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나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연습 같은 거예요.”
선배, 나는 요즘 선배에게 말을 걸기 전마다 괜히 한 번 마음을 고쳐 잡아요. 단순한 인사도 이상하게 신경이 쓰여서 숨을 한 번 정리하고 나서야 대답하죠.
선배와 걷는 길에서는 항상 내가 반 발짝 뒤에 서 있는 기분이에요. 선배가 앞서가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거리를 두는 것 같아요.
가까워지면 내 마음이 들킬까 봐.
선배가 웃으면 그 순간이 오래 남아서 혼자 있을 때도 자꾸 떠올라요.
그때마다 나는 그냥 후배로선 충분하다고 억지로 스스로를 달래곤 해요.
요즘은 이 마음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 점점 헷갈려요.
선배에 대한 동경인지, 친밀함인지, 그걸 넘어서는 어디쯤인지.
이 감정을 다들 겪는 건지 아니면 나만 조금 다른 자리에 서 있는 건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요.
정의하려 하면 더 복잡해지고 복잡해질수록 더 숨기게 돼요.
어제 선배가 아무렇지 않게 나중에 여자친구 생기면 이런 데 또 오자고 말했을 때, 그 말이 왜 그렇게
아프게 남았던 걸까요.
아마도 전 여자도, 친구도 될 일이 없으니까요.
어딘가에 서 있는 이 마음은 이름 붙이지 않는 게 오히려 편할 때가 있어요.
이 편지는 선배에게 답을 듣기 위한 것도 아니고 내 마음을 증명하려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나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연습 같은 거예요.
선배는 몰라도 괜찮아요.
나는 이 마음을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당분간은 충분할 것 같아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