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비_용산

“조용히 젖어 가는 소리.”

by 전초록


비가 오면 거리는 조금 더 솔직해진다.
평소엔 감춰져 있던 표정들이
우산 아래에서 은근히 드러난다.


누군가는 우산을 챙기지 못해 서둘러 뛰고
누군가는 젖어 가는 걸 감수하며 그냥 걷는다.


같은 비인데 각자의 하루는

전혀 다른 모양으로 적셔진다.


버스 정류장 지붕 아래 멈춰 선 사람들 사이로
작은 한숨들이 고였다 흩어진다.


비는 누구에게나 내리지만
그 비를 맞는 마음은
모두가 제각각이라는 걸
이런 날엔 유독 뚜렷하게 느낀다.


누군가의 하루가
조용히 젖어 가는 소리.


그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나는
조금은 덜 외로운 사람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이전글27. 안녕, 가을._남산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