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인사를 적어 현관문 밑에 살짝 밀어 넣었다.”
가을에서 나왔다.
잠깐 머물렀던 방을 정리하듯
내가 쓰던 마음들을 하나씩 제자리에 돌려두고.
문을 나서기 전,
짧은 인사를 적어 현관문 밑에 살짝 밀어 넣었다.
누가 보지 않아도 되는 말,
그저 이 계절을 지나간 사람이 남기는
가벼운 흔적 같은 것들.
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서늘한 공기가 마지막처럼 스쳐 갔다.
컵에 남은 물기를 털어두고
책상 위에 흘려둔 마음 몇 개를
주머니에 조심스레 챙겼다.
뒤돌아보면 오래 머물고 싶어질까 봐
문은 세게 닫지 않고 그냥 살짝 닫아두었다.
가을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겠지.
나는 또 다른 시간으로 흘러가겠지.
계절은 늘 제 속도로 흐르고
나는 그 사이를 잠깐 통과해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