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과 헤어진 지 꽤 지났는데”
그 사람은 나에게 늘 사소한 것들을 챙겨주는 사람이었다.
문턱 앞에선 발 조심, 비 오는 날엔 미끄러질라
그리고 어딜 가든 천장이 조금이라도 낮다 싶으면
어김없이 내 앞에서 손바닥을 쭉 올렸다.
-머리 조심.
나는 그 말투를 좋아했다.
내 머리가 닿을까봐
자기가 먼저 천장을 짚고 서 있는 모습.
마치 세상과 나 사이에 잠깐이라도 벽이 되어주겠다는 듯한.
그 사람과 헤어진 지 꽤 지났는데
요즘 들어 이상하게 그 말이 자꾸 생각난다.
회사, 지하철, 건물…
여기저기서 그 문구들을 볼 때마다
습관처럼 고개를 살짝 숙인다.
그러다 멈칫하게 된다.
예전엔 바로 뒤에서
조심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아무 일 아닌 것처럼 손으로 천장을 떠받쳐주던 사람이.
그 말 한마디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던 사람이.
지금은 내가 혼자서 고개를 숙이고 지나간다.
때로는 괜히 부딪히기도 한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머리를 조심하는 건 금방 익숙해지는데
사람을 잃고 난 다음의 마음은
아무리 고개를 숙여도 부딪히는 날이 많다.
요즘은 그래서 혼자 중얼거린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으니까.
-머리 조심… 마음도 조심.
이제는 내가 나에게 해줘야 하는 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