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을 알리는 마지막 신호조차 없었다.”
그들은 지구에 온 적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왔었다고 해야 맞다.
우리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행성의 틈새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의 그림자 속에서 조용히 살아갔고 낡은 건물 틈과 자정 무렵의 공기 속에서 숨 쉬었다.
우리와 다르게 생겼지만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들킬까 봐 늘 인간을 흉내 내는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통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그들이 멸종했다. 경고도 없었고, 흔적도 없었고, 작별을 알리는 마지막 신호조차 없었다.
그들은 사라질 때조차 조용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하지만 정말로 없었던 걸까.
어딘가에서는, 누군가는 그들의 흔적을 잠깐 스쳤을지도 모른다. 설명할 수 없는 공기의 떨림, 낯선 방향에서 느껴지는 시선, 한 번도 본 적 없는 슬픔 같은 감정들.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런 것들이 전부 그들의 인사였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결국 그들의 도착도 놓쳤고 그들의 사라짐도 놓쳤다.
그렇게 한 종족이 조용히 지구를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