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반지하_서울숲

“나는 그걸로 계절을 배운다.”

by 전초록


나는 지하에 산다.
정확히 말하면, 반지하.


내 방에 들어오는 바깥은
땅과 거의 같은 높이에 붙은 작은 창 하나뿐이다.


봄이면 누군가가 떨어뜨린 꽃잎이 굴러들어오고,
여름이면 빗물이 창턱에 튀어 오르고,
겨울이면 눈이 쌓여 잠시 세상이 멈춘 듯 보인다.
나는 그걸로 계절을 배운다.
그걸로 내가 아직 지구에 속해 있다는 걸 확인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
언제나 사람들의 종아리뿐이다.
누군가는 바쁘게 뛰고,
누군가는 느릿하게 걷고,

나는 늘 궁금하다.


그 종아리 위의 얼굴은 어떤 표정일까.
지금 웃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넘기고 있을까.


저 위를 지나는 사람들은 알까.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 아래에 누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때때로 반지하를 탈출하고 싶다.
빛이 가득 들어오는 방에서


지금의 나에게 바깥세상은
겨우 창 하나 크기로만 열려 있지만
그래도 그 창이 있어 다행이다.


꽃 피는 것도 보고
비 오는 것도 보고
눈 내리는 것도 볼 수 있으니까.


어쩌면 나는
그 작은 창 하나에 매달려
계속해서 내일을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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