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잡상_창경궁

"창경궁엔, 아직 퇴장하지 못한 신들이 있는 모양이야."

by 전초록


창경궁에 누군가 산대.

밤마다 지붕 위 그림자들이 움직인대.


잡상들이라더라.

눈과 비를 견디던 돌이, 바람을 닮은 목소리로 서로를 부른대.


나는 믿지 않았지.

그런데 야간개장에 간 날, 사람들이 채 다 나가기 전에 나는 봤어.

지붕 위 아주 작고 어린 잡상이 몸을 움찔거리는 걸.

퇴장시간까지 기다리기가 아마도 좀이 쑤셨나 봐.


돌이었는데, 돌이 아니었어.


그날 이후로 창경궁 담장 너머의 바람 속에서,

뭔가 소근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

아마 창경궁엔, 아직 퇴장하지 못한 신들이 있는 모양이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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