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머리에 잎사귀가 났는데 회사는 왜 온 거래요?"
처음 식물이 사람을 공격했다는 뉴스 속보가 나왔을 때,
나는 오랜만에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겨우 숨을 붙이고 있는 몬스테라였다.
— (몬스테라를 멍하니 보며) …
이름 붙이기를 좋아하는 세상은 벌써 식물에게 공격받은 이들을 ‘식물좀비’라 명명했다.
나는 믿지 않았다. AI로 만든 페이크 영상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다음 날, 나는 회사 복도에서 정수리에 잎사귀가 자란 직원을 한참이나 바라봐야 했다.
— 아니, 머리에 잎사귀가 났는데 회사는 왜 온 거래요?
— 중요한 피티가 있었대요.
— 병원에 가니 별문제가 없어서 출근했다던데요?
그가 숨 쉴 때마다 머리 위의 작은 잎이 떨렸다.
아, 저거, 어릴 적에 포켓몬스터에서 봤어.
며칠 후, 거리는 완전히 달라졌다.
빌딩 벽은 덩굴로 덮였고, 차들은 줄기 속에 잠겼다.
누군가는 서울에서 도망쳤고,
누군가는 뿌리를 내리기도 했다. 말 그대로의 진짜 뿌리.
나는 남은 사람 중 하나였다.
서울은 내 고향이었으니 달리 갈 곳도 없었다.
바닥에 뿌리내리지 않은 직원들과 나는 책상 앞에서 일했고,
퇴근길엔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샀다. 그런 날들의 반복이었다.
어느 날 밤, 손목 안쪽에서 뭔가 간질거렸다.
살갗을 긁자, 작은 싹 하나가 피어났다.
오래된 기억이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에 키우던 화분,
죽은 줄 알았던 줄기에서 새순이 나던 날처럼.
내가 착한 말을 하면 새싹이 잘 자랄지,
나쁜 말을 하면 새싹이 시들지 궁금했다.
어릴 적 양파들은 어땠더라?
다음 날, 나는 느릿하게 걸었다.
부드러워진 아스팔트 밑에서 무언가 나를 잡아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발끝이, 땅으로 스며들었다.
서울은 거대한 화분이 되어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