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흥정_녹사평 gbh

“너무 닫으면 어둡고, 너무 열면 번지니까요.”

by 전초록

카페에 들어섰다.

사장님이 낮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내가 만날 사람이 누구인지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평일 대낮이라 그런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으니.


체크남방에 안경을 쓴, 똘똘해 보이는 남자였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큰 확률로 컴퓨터공학과일지도 몰랐다.

그는 바로 직전에 사귀던 남자친구와 수상하리만치 닮아있었다.


-저… 당근…

-아, 네!


그는 허겁지겁 일어나 손을 내미려다 멈칫하고 자리에 앉았다.

중고거래에서 악수라니 가당치도 않지.


카페 앞도 아니고 카페 안에서 중고거래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비싼 물건이니 좀 진득하게 봐야 한다고

밖에서 다 열어볼 순 없다는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 카메라는 전 남친이 내게 안겨준 것이었다.


-사진 찍는 거 좋아하잖아.


그 말과 함께 내 품에 쑥 밀어 넣던 카메라.


내가 멍하니 전남친을 떠올리고 있을 때,

그 남자는 카메라를 살피며 IOS니, 화각이니, 조리개니 하는 말을 늘어놨다.

체크남방을 입은 남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절 넘게는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 모습은 좀 귀엽게 느껴졌다.


-생활기스가 좀 있네요.

-렌즈는 멀쩡해요. 결과물엔 영향 없어요.

-그래도 사진에서 보고 생각했던 흠집보다 좀 더 큰 것 같아서…


시작됐다.


-에누리 좀 가능 할까요?

-얼마나요?

-75...?

-83만원에 올린건데요... 80까지 해드릴게요.

-77…

-…78, 아니면 됐어요.


그는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적당한 것 같아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닫으면 어둡고, 너무 열면 번지니까요.


그는 조금 놀란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그는 핸드폰으로 송금을 했다.

-사천 원 더 들어왔어요.

-커피 제가 살게요. 마음에 들거든요.

-…?

-카메라요.


일부러 주어를 늦게 말한 것 같은 남자의 표정은 장난꾸러기같았다.

왠지 이 카메라와 당분간 이별하지 못할 것 같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AS 기간은, 일 년 정도로 해두는 게 좋겠다.


그날 밤,

내가 판 카메라는 다시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더 비싼 가격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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