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닫으면 어둡고, 너무 열면 번지니까요.”
카페에 들어섰다.
사장님이 낮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내가 만날 사람이 누구인지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평일 대낮이라 그런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으니.
체크남방에 안경을 쓴, 똘똘해 보이는 남자였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큰 확률로 컴퓨터공학과일지도 몰랐다.
그는 바로 직전에 사귀던 남자친구와 수상하리만치 닮아있었다.
-저… 당근…
-아, 네!
그는 허겁지겁 일어나 손을 내미려다 멈칫하고 자리에 앉았다.
중고거래에서 악수라니 가당치도 않지.
카페 앞도 아니고 카페 안에서 중고거래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아무래도 비싼 물건이니 좀 진득하게 봐야 한다고
밖에서 다 열어볼 순 없다는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 카메라는 전 남친이 내게 안겨준 것이었다.
-사진 찍는 거 좋아하잖아.
그 말과 함께 내 품에 쑥 밀어 넣던 카메라.
내가 멍하니 전남친을 떠올리고 있을 때,
그 남자는 카메라를 살피며 IOS니, 화각이니, 조리개니 하는 말을 늘어놨다.
체크남방을 입은 남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아는 것을 설명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절 넘게는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그 모습은 좀 귀엽게 느껴졌다.
-생활기스가 좀 있네요.
-렌즈는 멀쩡해요. 결과물엔 영향 없어요.
-그래도 사진에서 보고 생각했던 흠집보다 좀 더 큰 것 같아서…
시작됐다.
-에누리 좀 가능 할까요?
-얼마나요?
-75...?
-83만원에 올린건데요... 80까지 해드릴게요.
-77…
-…78, 아니면 됐어요.
그는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적당한 것 같아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너무 닫으면 어둡고, 너무 열면 번지니까요.
그는 조금 놀란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그는 핸드폰으로 송금을 했다.
-사천 원 더 들어왔어요.
-커피 제가 살게요. 마음에 들거든요.
-…?
-카메라요.
일부러 주어를 늦게 말한 것 같은 남자의 표정은 장난꾸러기같았다.
왠지 이 카메라와 당분간 이별하지 못할 것 같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AS 기간은, 일 년 정도로 해두는 게 좋겠다.
그날 밤,
내가 판 카메라는 다시 매물로 올라와 있었다.
더 비싼 가격으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