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던대로 해나가면, 괜찮을 것 같아요.
모두를 위한 무료 대필작가가 생겼다. chat GPT. 이제 자기 책을 내는 일은 싸고 쉬운 일이 될 것이다. 작가가 흔해지면서, '작가'란 지금보다는 덜 매력적인 이름이 될 것 같다.
독특한 경험을 했거나, 궁금한 경지에 오른 이들의 이야기가 책이 되어왔다. 그런 경험이 없고 그런 경지에 못 서도, 그런 책을 백 권, 오백 권 읽다보면 나도 한 권 쓸 수 있는 때가 왔었다. 작가란 그런 거였다. 이젠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작가보다 독자가 많았던 시대에 소수의 작가가 귀했듯, 독자보다 작가가 많은 시대에는 소수의 다독가가 귀해진다. 그 소수의 다독가가 작가를 겸할 때, 읽을 만한 책이 나올 것이다.
소수의 다독가에게는 '읽을 만한 책'에 대한 감각이 있다. 그 감각이 있어야 chat GPT를 지휘할 수 있다. chat GPT에게 세세하게 작업을 지시할 수 있으려면, 지시하는 방향이 정확하고, 결과물에 대한 구상이 섬세해야 한다.
chat GPT로 쓴 책들이 쏟아지는 세상을 상상하며 살짝 우울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책이 쏟아지는 세상을 살고 있었다. 그러니 괜찮다. 읽지 않아도 될 책은 10%를 읽기 전 판단해서 내려놓을 수 있으니, 책을 잘 고르는 일도 아직은 할 만하다.
내가 쓰고 싶은 스토리를 chat GPT에게 써달라고 했을 때, 그 '보조작가'가 써온 글이 내가 구상했던 것 만큼 괜찮지 않아서 다시 요청해야 했을 때, 나는 (아직) 그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살면서 누군가를 고용해본 적이 없는 내가 보조작가를 두게 된 데 감사해 해도 된다.
단, 앞으로는 더 열심히 읽어야 할 테다. 직감적으로 그렇다.
그리고 '더 열심히 읽자'는 십 년 전에도 그 전에도 늘 다짐하던 바였다.
사진: Unsplash의Marcos Paulo Pra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