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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용 Aug 07. 2022

관심이 완연한 사회

못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

강아지와 산책을 하다 보면 종종 마주하는 노숙인 분이 있다. 그분은 세 가지 특징을 가졌다. 첫째는 자판기 커피를 들고, 그 온기를 두 손에 감싸 쥐고 간다. 둘째는 한 여름에도 패딩을 입고 다닌다. 셋째는 차가 다니는 왕복 2차선 도로를 역방향으로 걸어 다닌다. 그분을 마주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위험해 보여 도로에 올라오시라 말씀드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했다. 강아지와 함께 있어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민감성을 다시 깨워준 것은 관심이었다. 인기리에 종영된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에서 다룬 발달 장애 이야기, 나와 관련 없는 것이 아닌 내 삶 속에서 장애인과 만날 수 있는 환경, 장애 영역에서 오랜 시간 근무했던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다양한 요인들로 '장애'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관심은 내가 세상을 직면할 수 있게 했다. 진짜 큰 문제는 그분의 행동을 처음 볼 때 너무 놀랐지만, 마주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무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산책하다 마주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지나간다.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라는 고민도 지나가는 그 순간뿐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 준비를 하거나, 안락한 침대에 강아지와 함께 잘 준비를 한다. 익숙함에 민감성이 무뎌졌다.


관심으로 인해 세상을 다르게 보거나, 또 하나의 시야가 생긴다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은 듯하다. 관심은 내가 보지 않았고, 볼 생각이 없었던 부분을 올바로 보게 한다. 대상 또는 존재, 현상 등을 바라볼 때, 애써 보지 않았던 것을 직면하게 한다. 그 노숙인 분도 차도의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편견 가득한 시선과 제스처들이 불편하지 않았을까? 내가, 이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더 나아가 사회가 그 노숙인 분을 차도로 내몰았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행동들은 몰라서 못하는 것은 별로 없다. 관심이 없어 제대로 보지 않기에 하지 않는 것이다. 핑계는 다양하다. 귀찮음으로 파생되는 편리함, 자신의 이익이 우선시 되는 사회 문화, 내 삶과는 무관할 것이라 생각하여 행하는 차별. 예를 들면 대중교통 이용보다 편리함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 빨간 불에도 내 이익에 눈이 멀어 무단 횡단하는 것, 장애에 대한 관심이 없어 차별하거나 올바로 보지 않는 것.


호기심은 관심이 필수적이다.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떻게 생성되는지?'와 같이 어떤 대상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한다. 반대로 관심은 호기심이 필수 조건은 아니다. 첫인상, 취향, 성격 등 호기심이 없이도 관심 가지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타자에 대한 호기심은 관심으로 사회를 연결한다.


호기심으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관심으로 행동을 이끌어내고, 나아가 애정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호기심으로 인해 관심이 완연하는 사회가, 관심으로 인해 개인이 올바로 대상을 바라보는 사회가, 올바르게 바라봄에 따라 서로를 애정 하는 사회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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