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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용 Sep 15. 2022

프리미엄 뷔페에서 물질만능주의를 마주하다.

'그랜드 애플'이라는 프리미엄 뷔페를 다녀왔다. 뷔페라는 곳 자체가 일반적인 식당보다 객단가가 높기에 '프리미엄 뷔페'라는 곳이 있는지도 몰랐었다. 친구가 예약한 시간에 맞춰 입장했고, 성인 기준으로 2시간 이용이 가능했다. 한 사람에 65,000원이면 그 공간 안에서 쌓여 있는 음식을 "욕심"껏 집어다가 먹든 버리든 할 수 있었다. 그랬다, 그곳은 물질만능주의 사회의 아주 작은 축소판이었다.

프리미엄 뷔페 그랜드 애플

이곳은 물질만능주의의 특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소였다. 일반 뷔페의 2배에 가까운 가격을 지불하고, 그 돈으로 2시간이라는 정해진 시간에 많은 편의를 샀다. 먼저 함께 공간을 이용할 사람들을 제한했다. 한 끼에 65,000원이라는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드레스코드에 제한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응당 이 장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나 또한 그곳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곳에 가기 위해 T.P.O. 를 고민했다. 주말이니 회사에 가는 것처럼 딱딱한 옷보다는 편한 옷을 골랐다. 마냥 편한 옷은 선택받지 못한다. 많은 양의 식사가 목적이지만, 65,000원이라는 가격의 식사를 한 끼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어느 정도의 격식을 갖춘 옷이 필요했다. 가진 옷 중에 고가의 브랜드 옷을 선택하고, 깔끔하게 면도도 했다. 과하지 않은 향수로 마무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친구도 이번이 2번째 방문이라고 했지만, 다른 방문객들의 복장부터 품위, 매너, 여유와 같은 것들이 주는 느낌이 좋았고 이에 속하는 소속감 또한 다시 방문하게 된 이유라고 했다.


다음은 요리의 종류와 맛, 서비스로 돈을 지불한 만큼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흔히 가는 3~4만 원 대의 뷔페에 있는 대부분의 메뉴들이 있었지만, 평소에 보지 못했거나 난생처음 먹어보는 요리들도 있었다. 요리는 일반 뷔페보다는 신선한 식재료를 쓴 것 같았고, 유럽의 귀족들이 향신료를 즐겨 먹다 자연 식재료의 맛을 살리는 방식으로 바꾼 것처럼 덜 자극적이었다. 요리를 마구 퍼담아 갈 수 있게 배치하기보다는 아주 조그마한 접시에 한 입 거리의 요리를 담아, 먹는 사람들도 게걸스럽지 못하게 했다.

디저트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다 경험해보길 원한다 :(

마지막으로 자본이 개인의 본성을 자극해 낭비하도록 만든다. 65,000원은 결코 한 끼 식사로 지불하기에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지불한 금액에 상응하는 서비스와 요리를 맛보기 원한다. 준비되어 있는 요리를 모두 맛보기 원하지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다. 입 짧은 친구도 지불한 돈 때문에 평소 먹는 양 이상의 식사를 한다. 그뿐인가? 일단 많은 종류의 음식을 가져와 먹어보고 입에 맞지 않으면 남기고, 남겨진 음식은 버려진다. 개인은 집단에 속할수록 양심을 버리기 쉬운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식을 남기니까 이에 속한 개인도 음식을 남기는 데 양심의 가책이 사라지게 된다.


나 같은 대식가이지만 미식가이지는 못한 사람에게 2배가량의 가격차이를 느낄 정도의 맛 차이는 나지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2배의 가격 차이만큼 시설 유지비나 식재료 값이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발생한 부는 공정하며 균등하게 돌아갈까? 나도 뷔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많지만, 대부분 시급이 최저 시급이었다. 대부분 주말 아르바이트의 경우 근무시간이 짧아 주말에 근무함에도 불구하고 주휴수당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뷔페 홀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친절을 항상 유지하며 고객들이 다 먹은 듯 한 접시를 바로바로 치웠다.


자본주의 사회는 구조상 절대 평등할 수 없다. 그럼에도 모두가 유일하고도 동등하게 가지고 있는 것이 "시간"이라 흔히 이야기한다. 미국의 1등 부자로 올라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사회복지사인 나도 하루 24시간은 동일하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고, 동등하게 가졌다고 생각했던 시간마저 차이가 커진다. 뷔페에 노동자는 1시간 동안 고객들이 먹다 뱉은 음식 찌꺼기를 맨손으로 치우며 쉴 새 없이 그릇을 수거해야 9,160원을 번다. 일론 머스크는 숨만 쉬어도 1초에 $3,000 달러를 번다. 길 가다 땅에 5만 원짜리가 있어 허리를 숙이는 행위는 일론 머스크에게 오히려 손해일 지도 모른다.


프리미엄 뷔페는 그렇다면 사회의 필요악일까? 이것은 또 다른 문제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고, 타인과 사회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프리미엄에 대한 자유를 침해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필히 부작용인 물질만능주의를 야기하는데, 이는 인간을 계속해서 탐욕스러운 존재로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프리미엄 뷔페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21세기까지 진행되어 온 풍요로움은 마냥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았다. 환경 위기를 필두로 불평등, 부의 양극화와 같은 사회문제들도 함께 동반했다. 프리미엄 뷔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물질 만능주의에 빠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 정도가 더 가속화된다면 프리미엄 뷔페 이상의 서비스들이 개발될 것이고, 오히려 저해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는 공생 가능한 뷔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프리미엄 뷔페에서 물질 만능주의를 마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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