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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내게 알려준 관계의 중요성

나는 너로 인해 특별한 존재가 되기를

by 김재용

주말에는 강아지와 인근 공원에 산책을 간다. 매일 목욕하는 것이 강아지에게는 오히려 좋지 않기 때문인데, 주말에는 풀 밭에서 뒹굴고 깔끔하게 목욕시킨다. 오늘도 강아지와 목욕하기 전 인근 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내가 꽃에 관심이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꽃도 매년 다른 색으로 피어나는 걸까? 꽃이 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해서였을까? 꽃을 마주하는 순간, 지난주 중의 피로가 싹 다 날아갔다. 꽃들은 예쁜 드레스를 입은 신부처럼 한껏 아름다움을 뽐냈고, 나를 반기는 꽃들에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산책로를 따라 만개한 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함을 한 아름 선물을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 꽃들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특별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를 되묻게 했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일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일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특별한 존재일까?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나는 대부분의 시간에 '나 중심의' 사고와 행동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로 인해 가지는 감정과 기분은 내 말과 행동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누군가는 주체적인 삶을 사는 나를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인간관계는 늘 양면성을 가진다. 내 이타적인 행동으로 인해 타인의 하루는 기분이 좋을 수 있지만, 내가 원치 않는 이타적인 행위를 해야 됨에 따라 내 속은 썩어 문드러져 갈 수 있다.


옳고 그름보다는 '일직선상의 어딘가에 내 위치 또는 중심을 두는가'는 개인의 선택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느 곳에 서 있느냐가 아니라 '일직선 상위에 함께 서 있는 사람들을 인지하는가'인듯하다. 아무리 개인적인 삶이 중요한 사람이라도 혼자 살아갈 수 없다. 특히나 지금처럼 고도화와 전문화된 사회는 더더욱 그렇다.

곤충의 시선으로 본 꽃

나를 한껏 반겨주는 꽃들이 아름다워야만 하는 이유도 곤충이나 동물을 통해 번식을 하기 위함 아닌가. 사람의 눈에는 그저 아름답기만 한 꽃이지만 곤충들의 눈에는 꿀의 위치를 활주로처럼 알려주고, 이를 가져가는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번식한다. 이 과정 속에도 관계가 중심이다. 다른 이에게 내 것을 주고, 나의 목적을 이루는 관계. 다른 이에게 특별함을 주고, 행복함을 공유하는 관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 이를 앎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 못지않게 내가 아닌 다른 사람, 더 나아가 다른 생물들과 사회 속에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인식은 우리 사회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안전하고 친절한 사회에 살아가도록 돕는다.


산책하며 특별함과 행복을 주는 꽃들을 꺾어 집에서도 보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특별함과 행복을 가져다줄 꽃 들이기에 눈으로만 한껏 담아왔다. 며칠이 지나면 그 꽃들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겠지만, 특별함과 관계의 중요성은 내 마음속에서 다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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