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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용 Sep 09. 2022

인간은 자연스럽다.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일요일 오전은 강아지와 산책 후, 1주일의 꾸렁내를 씻어내는 날이다. 루틴을 달성하기 위해 '끈끈이'와 산책을 나선다. 평소에는 동네를 한 바퀴 돌지만, 목욕하기 전이니 마음껏 꽃 냄새도 맡게 해주려고 인근 공원으로 간다. J 성향을 인증하기라도 하듯 산책과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오후의 계획을 치열하게 짜고 있는데, 내 시선을 앗아간 장면이 있었다.

식물들도 꽤 치열하게 사는구나(햇빛을 쬐기 위해 솟은 꽃)

우리는 자연이 다른 생물들과 조화롭고, 서로의 생존을 위해 상생하며, 이타적이기에 협력하는 존재라 생각한다. 반면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남을 짓밟고 파괴하며, 이기적이기에 경쟁하는 존재라 생각한다. 자연과 인간의 개별적 정의를 보면 다를 수 있지만, 자연과 인간을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경쟁적인 쪽은 인간이라 생각하기 쉽다. 특히나 바쁜 현대사회를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같은 종류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게 자라는 식물

과연 자연은 비경쟁적일까? 주변에 조금만 눈을 돌려도 경쟁적인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조금이라도 햇빛을 더 받기 위해 다른 존재보다 위로 또는 햇빛이 드는 곳으로 앞다투어 얼굴을 내미는 식물들.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같은 종과 다투거나, 때로는 삶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걸고 죽음까지 마다하지 않는 동물들. 식물들은 오히려 한 곳에 하나의 씨앗만 심는 것보다 여러 개의 씨앗을 함께 심을 때 경쟁적으로 더 잘 자란다고 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 또는 다른 생명의 슬픔을 공감하고, 이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행동하는 존재다. 때로는 나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기도 한다. 인간이 경쟁적 존재이기만 하다면 타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와 같이 행동하거나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의 이타적인 행동으로 협력이 확산되는 사례는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동해안 산불 피해 기부금 13억 원 모금

인간은 소통과 도덕적 관념을 바탕으로 규칙을 만들고, 이타적인 문화를 만들어간다. 고대부터 이어지는 많은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생명을 중시하고,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의 자유를 지향한다. 이는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인데 모든 인간이 이타적이거나 비경쟁적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만이 협력을 기반으로 사회문화를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람을 한자어로 지칭하는 단어인 '인간(人間)'에서 '간(間)'은 사이를 뜻한다. 애초에 사람 간의 관계를 기반으로 정의되며, 관계없이 사람은 정의될 수 없다. 


'자연스럽다'의 '자연(自然)'은 스스로 그러한 상태다. 그래서 '자연스럽다'는 '억지로 꾸밈이 없고, 순리에 맞게 당연하다'로 정의된다. 이타적이며 협력적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 자연과 구분되는 인간만의 고유의 특성이라면, 이는 인간이 당연히 지켜야 할 순리다. 다시 말해 인간은 이타적이며 협력적일 때, 인간다울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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