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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용 Sep 07. 2022

곡선은 직선이다.

변화는 곡선의 가치를 받아들여야 볼 수 있다.

산책 갈까? 산책!
나갈까? 가자!


우리 집 강아지는 산책을 가장 좋아한다. 꼭 '산책'이란 단어를 말하지 않더라도 산책 가자는 의미는 귀신같이 알아듣고는 따라나선다. 밖에 나가자마자 몇 분간은 흥분 상태. 집에서 참아왔던 대소변도 누고, 전봇대 같은 곳에 남겨진 다른 강아지들의 냄새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처음 본 강아지에게도 좋다며 꼬리 치며 달려가곤 하는데, 그 몇 분의 흥분 상태에는 나와 목줄을 두고 줄다리기를 한다. 동네 산책이라 해도 차가 많이 다닐뿐더러, 모든 사람들이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기에 나는 줄을 더 동여맨다. 돌진하려는 자와 막는 자의 팽팽한 대립. 줄은 팽팽하게 직선으로 당겨진다. 강아지가 마킹하고 있는 나무를 올려다봤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는 곡선이었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혹여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잠시이거나 곡선의 일부분이다.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부러지지 않는 이유는 곡선이기 때문이다. 올곧게 직선이었다면 바람에 부러졌을 것이다. 자연이 곡선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은 다른 존재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기 위함이 아닐까? 곡선은 변화하고, 받아들이며, 조화롭다.

직선

직선은 "두 점 사이를 가장 짧게 연결한 선"으로 정의할 수 있다. 직선은 곡선보다 효율적이다. 효율을 추구하면 놓치는 것이 많다. 이른 아침, 변화에 대한 희망들. 바쁘게 이동하는 중, 창밖의 일상과 자연들. 퇴근 시간, 고됨을 뒤로한 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들. 효율적인 직선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을 오히려 인간답게 하지 못하는 역설.


그럼에도 인간은 직선을 만든다. 건물을 반듯하게 짓고, 도로는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다. 현대화된 도시에서 인간은 건물을 만드는 규격, 도로의 법칙을 만들고 직선의 세상에 산다. 효율이 극대화된 직선의 세상에서는 대립, 반목, 혐오가 일어나기 쉽다. 다시 말해 인간은 부서지기 쉽다.

곡선은 직선이다.

혐오하지 않기 위해서는 직선의 가치를 버려야 한다. 효율적이지 않을 것.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쉽게 구부러질 것. 변화를 염두에 두고 세상을 마주할 것. 2차원(시간을 제외한)에서 곡선은 직선이 된다. 타자와의 관계에서 직선만이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직선으로 부딪혀 대립 감정이 생기며 어쩔 수 없이 돌아가게 되는 경우도 많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도착지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오히려 곡선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삶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삶의 방식일지 모른다. 산책 도중에 나와 강아지를 이어주는 목 줄은 곡선이 되었다. 다른 말로 강아지와 나는 효율을 추구하는 관계가 아니다. 서로의 속도를 맞추며 이해를 나누는 곡선의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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