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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용 Oct 04. 2022

사회복지사의 시선으로 보는 '미스터 션샤인'

《미스터 션샤인》은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시대극 특유의 인물 중심 서사 진행으로 개화기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특히나 시대극을 볼 때는 해당 시기의 의복이나 식문화, 주거공간 등 현재와 비교하며 보는 것이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주인공인 최유진과 고애신, 구동매, 김희성의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가진 인물들 간 사랑 이야기도 섬세하게 그려냈다. 드라마는 개화기 조선의 상황을 그리다 보니 의병 활동과 친일, 매국 등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조연들의 웃음 지점들을 적절하게 배분하여 마냥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려내 연출의 깊이감을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에 몰입해서 보다 보면 주인공과 동일시하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직업이나 출신 배경 등을 떠나 캐릭터의 성향을 기준으로 보면 나는 김희성에게 매력을 느끼며, 동일시 대상으로 택했다. 그러나 만약 해당 시대의 김희성이란 인물로 삶을 살았다면, 극 중 인물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아마 친일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친일 또는 매국하는 모습을 보며 당최 이해할 수 없고, 분노 감정을 느낀다. 이는 우리가 현재를 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독립운동의 결과로 독립을 쟁취 또는 표현에 따라서는 강제로 당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더군다나 G7의 경제대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매국이 분노의 대상이지만, 개화기 시대 조선의 민중이었다면 매국은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


현재의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삶을 살아간다면, 당시를 살아가는 사회복지사였다면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미루어 보건대 의병이나 매국, 친일 등의 관념과는 거리 있는 삶을 살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회복지사로서의 소명은 소속 국가나 특정 민족을 향한 것이 아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보다는 전쟁 자체에 반대할 것이다. 개화기의 무너진 계급 사회를 지지하며, 성 평등과 모든 인간의 존엄에 대한 가치를 전달할 것이다.


물론 유추일 뿐이며, 일어날 리 없는 허구다. 가령 일어난다 하더라도 내가 세상을 바꾸기 전, 세상이 나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내가 현재의 신념을 간직하고 돌아가는 한 사회복지사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부당함에 피 흘리며 얻어낸 결과이기에 마땅히 그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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